하지만 현재 그는 진행중인 미국 금융위기의 근원인 집값 거품을 일으킨 주범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그린스펀은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18년 경제대통령으로 지냈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현재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금융 감독 및 경제 모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고문을 냈다.
18년 집권기 그의 정책 잘못에 대한 변명조차 빼버린 냉정한(?) 진단이다. 그리고 그의 진단 요지는 "현 모델로는 금융위기, 경기후퇴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집값 재고율 최고 이를때 집값 안정..금융시장도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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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1월 FRB를 떠났던 그린스펀 前의장은 "지난 2006년 초 미국 주택 가격의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고 그 후 거품이 붕괴되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집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로 인해 60만채의 주택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데다 여기에 신규 주택 물량 20만채가 더해져 집값이 빠르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주택 재고율이 정점에 달해야 비로소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재고율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리스크 관리 모델 필요하다"
그린스펀은 이번 금융위기의 문제점으로 규제 당국의 허술함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리스크 관리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스펀은 "많은 금융 문제들이 규제 당국으로부터 몇 년 동안 세밀한 감독을 받고 있었던 은행들로부터 터져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학적으로만 돌아가는 현재의 경제 전망 모델로는 금융 위기나 경기후퇴(recession)를 예측할 수 없다"며 "현재 미국의 리스크·경제 모델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평가했다.
모델의 구조를 평가하는 기초 데이터들이 호황이나 불황 등 일반적인 경제 상황으로부터 가져온 자료들이기 때문에 현실 세계를 반영하기에는 추상적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보통 금융 시장은 계약당사자의 지불능력을 신뢰하지만 2007년 8월 BNP 파리바가 서브프라임 손실을 폭로하면서 그런 믿음은 깨졌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前의장은 "경기 주기와 분리돼 개별적인 상황을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 시장은 본래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 작업이 쉽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리스크 관리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보다 세밀한 미시 경제에 관한 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미래 전망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리스크를 완벽하게 막을 순 없다"
그린스펀은 "이어 아무리 세밀한 리스크 관리 모델을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모든 위험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우리는 실패를 맛볼 것이며 현실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며 헐벗은 채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현재 위기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지금의 경험이 미래의 정책을 세우는 데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라도 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모든 재구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다가올 현실을 막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