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1년 이총리, 종횡무진? `12개월`

정태선 기자I 2005.06.29 14:40:46

역대 가장 막강한 총리 `최고 실세 평가`
강해서 부러지는 성격..구설도 끊이지 않아

[edaily 정태선기자] 이해찬 총리가 30일로 취임 1년을 맞이한다. 분권형 국정운영을 내세워 참여정부가 2대 총리로 내세운 이 총리. 내각을 총 책임지는 실세총리로 그야말로 위상이 드높다. 역대 총리 36명 가운데 가장 막강한 총리라는 평가다.
이 총리는 5선 의원에다 서울시 정부부시장, 교육부 장관, 여당 정책위의장 등을 두루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행정 각부를 완전히 장악했다. `일하는 총리`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경제 사회 외교안보까지 구석구석 각종 현안을 조정하고 있고, 인사제청권까지 십분 발휘해 청와대 인사에도 영향력을 깊숙히 행사하고 있다. 또한 여·야는 물론 언론을 향한 매세운 일갈로 `할 말은 하는 총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1년간 거침없은 행보를 보여온 이 총리의 최근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아 보인다. 경제회복, 빈부격차, 부동산가격, 취업난 등 풀어야할 난제들이 더욱 꼬여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고민해야 할 몫이지만 `동반적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 총리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 ◇일하는 실세총리의 공(功) 이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는 한달에 100회 가량, 하루 5회꼴이다.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기분"이라고 할 정도로 숨가쁘게 일정이다. 이 총리는 부총리·책임장관회의를 부활시켜 매월 1회 주재, 국정운영의 역할분담과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또 매주 국정현안 정책조정희의를 열어 국정현안 및 갈등문제를 짚어나가고, 총리 중심의 고위당정책조정회의를 활성화시켰다. 취임 이후 정책상황실을 신설해 정책의 사각지대로 방치된 과제들을 발굴했다. 이를 통해 일선 부처의 고유 업무까지 깊숙이 관여하면서 국정을 장악하고 있다. 이 총리가 자신감 있게 꼽는 `공(功)`은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과 노사문화의 정착이다. 대외강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총리는 "우리 사회병폐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었고,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뇌물관행 등이 없어졌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또 "LG칼텍스정유 파업이나 민주노총 전공노 등의 파업을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대응 안정된 노사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실세 총리를 뒷받침하는 국무조정실도 막강해졌다. 총리 책임아래 있는 각종 위원회만도 56개.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한 헌재 위헌 결정에도 총리실 산하 후속대책단이 생겼고, 한·일협정 문서공개대책기획단, 광복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와 기획단,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준비기획단 등 각 부처의 업무와 직접 관련된 6~7개의 기획단, 추진단이 총리실에 있다. 또 국무조정실은 각 부처의 똘똘한 실무급 국장들로 채워졌고 승진기회도 넓어졌다. 인사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이 총리의 영향력에 힘입어 한덕수 전 국조실장이 경제부총리로 등극했고, 국조실장(장관급)아래 차관급만 2명이다. 그러나 이 총리 취임이후 8개월만에 직원수가 600명으로 초기보다 두배이상 늘면서, 조직이 비대하게 늘어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할말은 하는 총리의 과(過) 노무현 대통령의 신뢰를 바탕으로 `총리 집중형`이란 평가까지 받아온 이 총리이지만 최근엔 "죄송합니다"를 연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불패론`, `한나라당 차떼기당`, `조선·동아 역사왜곡` 발언, `대통령 허리이상` 등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며 할 말은 한다던 이 총리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최근 부동산정책 등 주요 경제 정책들이 혼선을 빚고, 측근비리 의혹이나 인사시스템 등으로 청와대가 흔들리고, 여당과의 마찰음도 한몫 더하면서 분권형 국정운영에 문제점이 속속 지적되고 있다. 이 총리는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경제가 2005년 하반기나 2006년 상반기부터 풀릴 것"이라면서 "특히 2007년 행정수도사업이 착공되고 공기업 지방이전 사업과 관련된 물량들이 나오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하지만 경기회복 속도는 탄력을 받지 못한채 올 목표경제성장률 5%대는 물건너갔다. 정부 정책때마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부작용만 낳았다. 특히 이총리가 취임 초기부터 총대를 메고 공들여 온 공공기관이전과 행정수도이전 정책은 전국적으로 땅값만 올려놓고 있다는 비난을 받으며 국가균형발전의 명분은 희미해져만 가고 있다. 이 총리는 "투기적 가수요는 차단하고 실수요 공급을 유지해 부동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시장은 이미 고삐 풀린 망아지다. 이를 둘러싼 국론분열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이총리의 부담이다. 청와대 정부와 손발이 안맞으면서 지지도가 떨어지고, 열린우리당마저 분권형 운영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당청간에 직접적인 협력라인을 구축하고 일방적으로 통고하는 정부의 정책들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총리를 비롯한 당내 실세들의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주어진 권한 만큼의 책임이 몰려오면서 안팎으로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또 꺾이지 않는 나름의 소신발언으로 야당의 집중공격까지 받으면서 이 총리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다. 이 총리는 취임 당시 3년은 가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지금의 미묘한 구도와 혼돈된 역할론 속에 어떻게 전국을 돌파하고 국정지도자로 제대로 설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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