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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저는 절대 임상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고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승호 코오롱티슈진(950160) 공동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구 인보사) 미국 임상 3상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헬릭스미스부터 이어진 K바이오 '절반의 성공' 계보
‘절반의 성공’은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표현이다. 해당 표현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인물은 김선영 전 헬릭스미스(084990) 대표다.
김 전 대표는 2019년 9월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후보물질 ‘엔젠시스’(VM202) 미국 임상 3상(DPN 3-1상) 결과 발표 뒤 해당 시험을 ‘미완의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엔젠시스는 1차 평가지표뿐 아니라 주요 2차 평가지표에서도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안전성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약효는 입증하지 못한 셈이다.
헬릭스미스는 약물 혼용으로 효능이 가려졌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조사에 착수했지만 수개월 뒤 혼용이 없었다는 결론을 냈다. 이후 3-2상과 연장시험 3-2b상에서도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고, 계획했던 3-3상은 차일피일 미루다 개시조차 못했다.
같은해 11월 메지온(140410)은 폰탄수술 환자 치료제 ‘유데나필’의 글로벌 임상 3상(FUEL)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1차 평가지표인 최대 운동 시 산소섭취량(peak VO₂)은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일부 2차 평가지표에서 개선이 나타났다는 이유였다. 메지온은 이를 근거로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했으나 추가 임상을 요구받자 이듬해 신청을 철회했다.
이후 주평가지표는 유지하되 기저 운동능력이 우수한 ‘슈퍼 폰탄’ 환자를 제외한 추가 확증임상 FUEL-2에 착수했다. 해당 임상은 아직 진행 중이며, 유데나필은 폰탄수술 환자 치료제로 허가받지 못한 상태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009420) 대표도 2020년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의 미국 임상 3상(VELOS-2)을 두고 ‘절반의 성공’이라는 표현을 썼다. 공동 1차 평가지표인 ICSS와 ODS는 모두 실패했지만 일부 2차 평가지표에서 명목상 유의성이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한올바이오파마는 긍정적으로 나온 2차 평가지표를 후속 임상 3상(VELOS-3)의 1차 평가지표로 끌어올렸지만 두 지표 모두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VELOS-3에서 유의성이 확인된 부평가지표인 무마취 셔머테스트를 새로운 임상 3상(VELOS-4)의 주평가지표로 설정해 재도전하고 있다.
최근에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졌다. 신풍제약(019170)은 2025년 관절강 주사제 ‘SP5M002’의 임상 3상에서 공동 1차 평가지표 중 6주차 대조약 대비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지만 12주차 비열등성 확보를 강조하며 ‘절반의 성공’이라고 봤다. 차백신연구소(261780)(현 아리바이오랩)도 만성 B형간염 치료백신 ‘CVI-HBV-002’의 임상 2b상에서 1차 평가지표는 실패했지만 HBV 특이적 T세포 면역반응이 개선됐다는 점을 들어 내부적으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이후 단독요법 대신 siRNA 치료제와의 병용요법으로 방향을 틀었다.
'절반의 성공' 외친 뒤 재도전…이후 성적표는?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뒤 주평가지표 밖에서 개발을 이어갈 근거를 찾았다는 데 있다. 일부 2차 평가지표나 안전성, 특정 하위군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이를 부각시켰다. 또 임상 실패 원인을 신약후보물질의 효능 부족보다는 환자 구성, 위약 반응, 평가변수 등 임상 설계의 문제로 해석했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지표를 새 주평가지표로 삼거나 환자군과 투여 전략을 바꿔 재도전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재도전이 확실한 성공이나 허가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없다. 헬릭스미스는 후속으로 진행한 3-2상과 3-2b상에서도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고, 3-3상은 시작하지도 않았다. 한올바이오파마의 HL036 역시 앞선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 2차 평가지표를 후속 임상의 1차 평가지표로 채택했지만 다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코오롱티슈진의 TG-C도 비슷한 갈림길에 섰다. 코오롱티슈진은 TG-C의 첫 번째 미국 임상 3상(15302 시험)에서 공동 1차 평가지표인 WOMAC과 VAS뿐 아니라 주요 2차 평가지표도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VAS에서는 위약군의 개선 폭이 TG-C군보다 컸고 WOMAC의 군 간 차이도 1점가량에 그쳤다.
코오롱티슈진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TG-C의 효능 부족보다는 예상보다 큰 위약 반응으로 약효가 가려졌다고 분석하고 원인 규명에 나서겠다고 했다. 실패 원인을 후보물질보다 시험 설계와 운영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헬릭스미스 사례와 닮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오롱티슈진이 제시한 인공관절 전치환술(TKA) 발생률과 구조적 개선(DMOAD) 가능성도 후속 개발의 단서가 될 수는 있다. 다만 발생 건수가 적고 사전에 정한 공동 1차 평가지표가 아닌 만큼 이를 근거로 이번 시험의 성공이나 질환 진행 억제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코오롱티슈진 'TG-C'의 미래는?…10월이 분기점
TG-C의 중대한 분기점은 오는 10월 발표 예정인 두 번째 임상 3상(12301 시험)이다. 이 시험은 첫 임상 실패 뒤 새로 설계한 것이 아니라 당초부터 15302 시험과 병행한 독립적인 확증시험이다.
12301 시험에서도 WOMAC과 VAS가 실패한다면 현재 환자군과 설계에서 TG-C의 증상 개선 효과를 재현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약효가 잘 나타난 하위군으로 범위를 좁히거나 평가변수를 다시 설정한 사실상 세 번째 확증임상이 필요할 수 있다. 허가와 상업화 일정도 수년간 지연될 수 있다.
반대로 12301 시험이 성공하더라도 곧바로 허가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1건의 성공적인 임상과 기존 자료로 FDA를 설득할 여지는 있지만 규모와 설계가 유사한 15302 시험이 1·2차 평가지표를 모두 놓친 만큼 결과가 엇갈린 원인을 설명해야 한다. FDA가 추가 확증임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12301 시험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간신히 확보하거나 공동 1차 평가지표 중 하나, 하위군·부평가지표에서만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난다면 또 다른 ‘절반의 성공’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이를 후속 개발의 근거로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TG-C의 유효성을 확인하려면 결국 새롭게 설계한 임상을 통해 다시 검증해야 한다.
결국 TG-C의 미래는 실패한 시험에서 어떤 가능성을 찾아내느냐보다 12301 시험에서 사전에 정한 주평가지표를 얼마나 명확하게 충족하느냐에 달렸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임상 실패를 곧바로 인정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코오롱티슈진의 경우 TG-C의 두 번째 임상 3상이 성공하더라도 이번 임상 결과에 대해 FDA에 잘 소명해야 하기 때문에 허가 전략을 확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