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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졸업이 두려워요”…집안에 고립된 뇌병변장애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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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보경 기자I 2026.06.10 05:54:02

6·10 뇌병변장애인 날…"학생 땐 괜찮았는데 성인되면 돌봄 부담 커져"
“집에 갇혀 세수도 안하고…입는 옷도 내복 뿐”
“24시간 돌봄 현실…10년 후 상상하면 캄캄”
주간이용시설 늘리고 전문 인력도 확충해야

[이데일리 김현재 방보경 기자] 성인기에 접어든 중증 뇌병변장애인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해 가족 전체가 집안에 고립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중증 뇌병변장애인들을 위한 복지 인프라가 약한 상황이라 가족이 돌봄부담을 전적으로 떠안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나이들어가면서 일상을 유지하기는커녕 정신건강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장애인 주간이용시설 하루 이용자 중 뇌병변 장애인 비율은 7.8%(990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이용시설은 낮시간 동안 일상생활 지원을 제공하는 곳으로 특히 최중증 뇌병변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로 꼽힌다.

하지만 이용 수준은 제한적이다. 뇌병변장애인(23만 2655명) 중 심한 장애를 앓는 비율이 54.2%인 점을 감안하면 시설 이용률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이용비율이 낮은 원인으로 뇌병변장애인 맞춤형 시설이 부족한 현실을 꼽는다. 뇌병변장애인은 근육이 마비되거나 경직돼 신체 활동에 제약이 큰 경우가 많은데, 시설 대부분은 이를 지원할 공간과 장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돌봄 과정에서 다른 장애 유형보다 더 많은 인력과 세심한 지원도 필요하다. 뇌병변장애 아들을 돌보는 배경민(54)씨는 “밥을 먹이기 위해 칼로 다지는 것부터 기저귀를 갈기까지 인력이 배로 필요하다”며 “돌봄 종사자들이 노년 여성이 많아 체위를 바꿔주는 일에도 최소 2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집안에서 고립되는 나이든 부모들

열악한 상황이이어지면서 성인 뇌병변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돌봄부담을 홀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장애 당사자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시설뿐 아니라 장애인복지관, 보호작업장에서도 배제되는 데다가 활동지원사도 뇌병변장애인 돌봄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부모들은 자녀와 말 그대로 집에 갇히는 형국이다. 한 뇌병변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외출할 때마다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다 보니 준비 시간이 2시간은 걸린다”며 점점 외출을 꺼리게 됐다고 했다. 그는 “세수는커녕 머리도 감지 않았다”며 “밖에 나가려고 보니 입을 옷도 내복밖에 없더라”고 토로했다.

다른 부모도 “젊었을 때와 달리 나이가 드니 2~3시간마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게 지친다”며 “엉덩이에 패드를 깔아두고 담요만 덮어주는 식으로 돌봐주고 있다”고 했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젊었을 때부터 부모가 아이를 하루종일 돌보는 만큼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어려운데, 나이가 들면서 한 가정의 생계조차 짊어지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는 것이다.

딸을 키우며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박정환(58) 씨는 “돌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 근무만 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 정도로 일하지만 70~80대에는 지금보다 생활이 비참해질 텐데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위협도…국가가 돌봄 책임져야

장기간 고난이도 돌봄에 보호자들은 우울감도 심해진다. 하지만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그대로 고립되는 이들도 있다.

배씨는 “나이가 들면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냥 같이 죽겠다고 자포자기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부모들이 늙어가며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보니 마음이 점점 지옥이 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 국가가 돌봄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시설 확충이 절실하다. 현재 뇌병변장애인 지원 조례가 제정된 서울시의 뇌병변장애인 맞춤형 주간이용시설 비전센터는 4곳뿐이다. 그나마도 예산이 부족하다며 각 구에서 확충을 꺼리고 있다. 경기도는 지원 조례가 제정됐음에도 이러한 시설이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울은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가 25개 자치구에 모두 설립됐지만 뇌병변장애인 전용시설은 그렇지 않다”며 “비전센터 같은 전용 시설을 추가 설립해 보호자들의 돌봄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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