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인텔코리아 사옥에서 지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치열한 세계 AI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권 사장은 “지금은 (고객사 입장에서) AI 반도체에 대한 선택지가 없다”며 “결국 ‘경쟁력 있는 TCO(총소유비용)를 제공할 수 있는가’라는 부분이 중요한데 인텔은 모든 영역을 포함하는(full-spectrum)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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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사장은 2015년 3월 인텔코리아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올해로 10년 차다. 인텔코리아 설립 이후 선임된 첫 여성 사장이자 IT 시대의 1세대 여성 리더다. 1988년 인텔코리아의 창립 멤버로 입사해 인연을 맺은 권 사장은 이후 2012년 삼성SDI에서 소형전지마케팅 담당 상무로 근무한 뒤 다시 인텔로 돌아와 함께 하고 있다.
인텔은 올해 최대 화두인 AI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며 ‘AI 에브리웨어’ 기조로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첨단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상황에서 인텔코리아는 ‘가성비’ AI 반도체가 필요한 시점이 올 것을 내다본다고 설명했다. CPU(중앙처리장치)가 AI용으로 쓰기엔 한계가 있는 탓에 GPU(그래픽처리장치)와 NPU(신경망처리장치)가 각광 받고 있지만 고객사에 따라 높은 수준의 AI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지금은 고객사들이 생성형 AI를 사려면 비싸든 싸든 관계없이 그냥 구매할 수밖에 없는데, 그게 지속 가능한 건지 생각하면 TCO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고객사에 따라 GPU나 NPU가 필요 없을 수도 있고 CPU만으로 충분히 돌아가는 AI도 있다. CPU는 인텔밖에 없는데 CPU를 쓰면 비용이 25%나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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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재도전을 선언한 인텔은 2030년 파운드리 시장 세계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1위와 2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권 사장은 “2024~2025년에 걸쳐 테스트 칩 50개가 파이프라인에 있고, 그중 75%가 18A(1.8나노급) 공정을 기반으로 한다”며 “지금까지 웨이퍼는 5건, 첨단 패키징은 5건 각각 계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웨이퍼와 첨단 패키징) 총 수주액은 100억달러 정도로 지난 실적에서 발표한 40억달러에서 2배 이상 늘었다”며 “인텔이 패키징 분야는 잘하니까 그 분야의 계약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텔은 AI 반도체에선 엔비디아와, 파운드리에서는 삼성전자와 각각 경쟁해야 한다. 다만 권 사장은 ‘사업 파트너’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선의의 경쟁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모든 회사와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하면서 때로는 서로 공급업체가 되기도 한다”며 “인텔이 개방형을 추구하는 이유는 업계 전체를 활성화해 ‘내가 기술력이 있으면 그만큼 많이 가져간다’는 취지”라고 언급했다. 서로 경쟁한다고 해도 결국 시장이 커지면 실적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인텔은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인 ‘미친 실행력’(torrid pace)을 바탕으로 AI 가속기 300개 구현, 18A 공정 제조 준비 완료 등을 목표로 두고 있다. AI 가속기는 대용량 데이터 학습·추론에 특화된 반도체 패키지로 AI PC에 탑재한다. 권 사장은 “올해는 여러 측면에서 중요하다.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미친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며 “상실한 기술의 리더십을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명숙 사장은…
△연세대 학사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석사 △인텔코리아 입사(1988년) △삼성SDI 소형전지마케팅 상무 △인텔코리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