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유명 펀드매니저는 중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발표된 지난 15일 기자와 만나 이처럼 말했다. 전세계가 중국의 GDP 성장률에 관심이 쏠려 있을 때 중국 곳곳에서는 아파트 분양 피해자들의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停貸·팅다이)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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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산시성 시안시의 은행감독국 앞에서 1000여명의 부동산 피해자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펼쳤다. 관련 뉴스를 중국 내 주요 매체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웨이보 등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검색되지 않지만 트위터에 영상이 올려지면서 알려졌다.
이들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공사를 중단해 입주할 수 없어지자 결국 거리로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이와 관련한 산발적인 시위는 있었지만 관청을 상대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이 때문인지 15일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 등에는 중국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 관계자가 “개별 주택개발 업체들의 분양 연기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며 “당국은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부동산 금융의 질서를 유지하고, 금융기관의 시장화를 유도해 리스크(위험)처리에 참여하도록 관련 부처와 업무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팅다이의 시작은 6월 말이다. 장시성 징더전의 한 헝다 아파트 건설 단지 피해자들이 현지 지방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상환 집단 거부 ‘팅다이’에 들어간 것이 알려졌다. 이후 중국 전역에서 비슷한 사례의 피해자들이 이에 빠르게 동조하면서 대출 상환 거부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씨티그룹이 발표한 중국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22개 도시 35개 단지에서 분양자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환 중단을 결정했다. 홍콩 사우스모닝포스트(SCMP)는 그 규모가 86개도시 240곳 단지에 이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대출 상환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은 총 21억 1000만위안(4131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 주택가격 10개월째 하락세
부동산은 유동성이 생명이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2020년 말 ‘3대 마지노선’ 정책을 꺼내고 부동산 거물들의 자금을 묶었다. 이에 헝다(恒大·에버그란데)를 시작으로 자자오예그룹(카이사), 수낙차이나(룽촹중궈) 등 많은 부동산개발 업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정부는 올해들어 다시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다. 연초부터 중국의 200개 이상의 도시들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확대하고 인민은행은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다양한 대책을 꺼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수요 회복이 되지 않으면서 개발업체의 자금 사정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분양자들이 돈을 주지 않겠다 하면 부동산개발 업체들은 다른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자금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떤 은행도 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니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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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부동산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자칫하다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0.4%로 추락했다. 전망치(1%)를 한참 밑돌았다. 집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중국 GDP에서 부동산의 비중은 30% 정도로 추정된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가 계속되면 성장률 반등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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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샹룽 전 인민은행장은 16일 열린 한 포럼에서 “중국 당국이 부동산 정책을 조정한 후 투자가 감소하고 부동산 개발기업의 디폴트가 늘고 투기꾼들의 부(富)가 감소하는 현상은 피할 수 없다”며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 집값을 안정시키고 대출 수요를 지원하고 다양한 금융 루트를 개척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