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고교 기숙사서 학폭 정황…시교육청, 조사 나서

황효원 기자I 2022.06.09 09:56:22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인천 모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동급생 간 상습 학교폭력(학폭)이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교육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학폭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캡처 (사진=연합뉴스)
9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인천시 서구의 모 고교는 지난달 27일 기숙사 입소생인 1학년 A(16)군의 학부모를 통해 기숙사 내 학폭 정황을 처음 인지했다.

앞서 A군을 포함한 학생 4명의 학부모는 지난달 외부에서 열린 학생 참가 행사를 참관하던 중 또래 간 괴롭힘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하고 자녀 휴대전화 등을 확인한 뒤 학교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들이 확인한 학기 초부터 최근까지 휴대전화 대화에는 ‘미안해. 자살하고 싶어’는 A군의 메시지에 가해자로 지목된 B(16)군이 ‘해. 우지 말고 XXX’라며 ‘고통 속에 죽어가게 해야 됨. 너 같은 XXX XX는’이라고 답한 내용이 있다. B군이 A군에게 ‘친구 옷 살 때도 엄마가 XXXX 사준다고 하면 일진한테 꼽 먹을까봐 XXX 매장 가는 XXX벌레’라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학생이 기숙사 방 안에서 촬영한 6분 가량의 영상에는 B군이 침대에 있던 A군에게 심한 욕을 하며 펜을 던지거나 목덜미를 세게 누르는 장면이 담겼다. B군은 A군이 다른 친구에게 ‘B군이 내 시험 답안지를 본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이같이 행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B군 등 2명은 자신들도 이들 중 1명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다며 쌍방 피해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양측을 상대로 진술서를 받고 있다.

사실상 학기 초부터 학생 간 갈등이 지속됐지만 학교 측은 인지조차 하지 못해 밀폐된 공간인 기숙사 내 학교 폭력이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측은 지난달 27일부터 처음 사안을 파악한 뒤 이들을 분리 조치하기로 했지만 월요일인 30일 해당 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측은 지난 4월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에서 별다른 피해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이번 사안에 연루된 학생 6명의 반 교체도 진행할 예정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