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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거짓해명' 후폭풍…법원 안팎 성명에 고발·진정까지(종합)

남궁민관 기자I 2021.02.07 16:41:26

사법농단 탄핵 거론되던 임성근 사표내자 반려
이후 언론보도에 관련 사실 보도되자 '거짓해명'
시민단체, 대법원장 상대 대검 고발 이어 인권위 진정
法 내부서도 비판…'정치적 탄핵' 의구심 어린 분석도

[이데일리 남궁민관 정병묵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및 탄핵과 관련 ‘거짓해명’을 한데 대해 고개를 숙였지만 그 후폭풍이 거세다. 법원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흘러나오는 가운데, 시민단체 고발과 진정까지 이어지면서 김 대법원장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은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김 대법원장의 인권침해 행위를 확인하고 대법원에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임 부장판사는 건강 악화로 수술을 받은 직후 지난해 4월 김 대법원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건강상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중략)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고 답하며 이를 반려했다.

문제는 추후 이같은 면담 내용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대법원이 이에 지난 3일 ‘거짓해명’을 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대법원은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자, 임 부장판사는 면담 당시 앞선 김 대법원장의 발언을 녹음한 녹취록을 공개하며 거짓해명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이와 관련 법세련은 이날 인권위 진정에 앞서 지난 4일 김 대법원장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및 직무유기 혐의로 대검찰청에 형사고발한 상태다.

형사고발과 진정에 더해 김 대법원장의 도의적 책임을 묻는 법조계 내 비판은 더욱 거세다.

임 부장판사 동기인 사법연수원 17기 140여명은 지난 5일 ‘임성근 판사 탄핵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법원의 수장으로서 지켜야 할 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도록 내팽개쳤다”며 “심지어 일국의 대법원장으로서 임 부장판사와의 대화 내용을 부인하는 거짓말까지 해 법원의 권위를 실추시켰고 다수의 법관으로 하여금 치욕과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고 강조했다.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서도 현직판사들의 현 상황을 우려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논란이 불거진 후 사실과 다른 해명으로 논란을 부추긴 점은 부적절한 처신”, “법관직에서 나가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내용을 담은 글을 올리며 김 대법원장의 처신을 직·간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사안의 본질인 판사 탄핵 자체에 대해서도 일종의 ‘정치적 개입 아니겠냐’라는 의구심 어린 지적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오는 21일부로 판사복을 벗는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의 정치적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만약에 최근에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은 정경심 교수의 판결, 윤석열 검찰총장의 두 차례에 걸친 집행정지신청의 인용,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판결문에 박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적시, 최강욱 대표의 유죄선고 등과 같은 사건에서 모두 범여권에게 유리한 판결을 했더라면 그때도 과연 여권은 법관탄핵을 얘기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며 “법관탄핵을 하려면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와 의회 차원에서의 충분한 논의를 하고, 판결문에서 방론으로 언급되는 정도의 비위가 아닌 충분한 비위를 찾은 다음, 그다음에야 탄핵 의결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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