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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지난 14일 서울 다동 하나SK카드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지난해까진 (유통 등 업체들과) 모바일카드를 제휴하자고 하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기업들이 제휴하자고 찾아온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KT가 비씨카드 지분을 인수한 것도 가장 큰 폭발음의 하나"라며 "모바일카드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인프라 투자를 같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KT가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사장과 일문일답이다. [대담=김기성 금융부장, 정리=김국헌 기자, 사진=한대욱 기자]
- 취임 1년이 넘었다.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로서 어려운 점은
▲1년 반 인데 10년 반 된 것 같다. 신용카드시장이 포화인 상태에서 시장점유율이 낮은 카드사가 (선발주자를) 따라잡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굉장히 힘들다. 카드대란 이야기가 나오는데다 1인당 신용카드가 평균 5장이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신용도 낮은 사람들에게 카드 발급을 안해주니까 신용도 높은 사람은 7~8장씩 갖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올해 각사들이 신규로 발급하겠다는 목표치를 합치면 1200만장이다.
- 카드업계 과당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은행 계열 카드사는 걱정할 게 없다. CEO가 저돌적으로 하겠다고 나서면 지주회사 리스크관리본부장이 막는다. 금융지주가 은행 특유의 리스크 관리기법으로 자회사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다만 카드대란 재발에 대한 설은 여러가지가 있다. 과거 카드대란 때는 다중 채무자들의 돌려막기가 있어서 카드사끼리 연결돼 있었다. 지금은 은행, 카드, 캐피탈, 대부업 등이 수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계채무 전체를 봐야 한다. 카드가 괜찮다고 해도 저축은행, 대부업체에서 위기가 터져서 카드사로 올라올 수 있다. 금융위기 같은 외생변수가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거시경제 지표 22개를 뽑아 이들 변수 움직임에 대한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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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전속시장)이라고 본다. 현대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사들은 캡티브 마켓을 바탕으로 컸다. 캡티브 마켓이 없으면 불경기가 오거나 지각변동이 있을 때 피난처가 없어 굉장히 힘들다. 하나SK카드는 SK그룹이 4000억원을 투자했다. 전략적 제휴를 넘어 정식으로 결혼한 것이다. SK그룹은 통신과 주유에서 고객 영역을 갖고 있다. 금융기관이 탐내는 젊은 고객군의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 하나SK카드에겐 굉장한 축복이다. 그동안 은행 고객과 다른 통신 고객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임기 안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장점유율 7% 이상을 달성하면 거기서부터는 자연스럽게 선순환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경영 목표는
▲흑자 전환이다. 1분기에 (실적) 개선을 많이 했다. 목표 순손익 대비 90억원 가까이 개선했다. 전년 대비로 보면 100억원 이상이다. 거의 손익분기점 수준이다. 지난해말 시장점유율 5%를 넘겼는데, 내부적으로 올해 시장점유율 7%를 목표로 걸었다. 그러나 몸집을 키우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 어떤 부분에서 이익 개선이 많았나
▲SK텔레콤 단말기 매출채권을 유동화하는 팩토링(Factoring) 사업을 하는데, 거기서 초과 이익이 났다. 본업은 아니지만 카드사의 다양한 수익원 개발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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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아무도 모바일카드시장을 쳐다보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여기 저기서 폭발음이 들린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는 모바일카드 제휴를 하자고 하면 못알아들었다. 요즘에는 업체들이 찾아온다.
-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대한항공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하나SK카드 모바일카드 결제시스템을 장착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요청했다. 기존 카드는 스마트폰에서 결제하려면 카드번호, CVC, 유효기간을 넣어야 하지만 모바일카드는 PIN 넘버 4자리만 넣으면 되니까 훨씬 간편하다. 온라인 오픈마켓 11번가의 안심결제를 담당하고 있고 PG(Payment Gateway·전자지불결제대행)사에도 들어가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쪽에선 모바일카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용자수도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
4월에 출시될 갤럭시S 2가 NFC(Near Field Communication·근거리무선통신)를 장착한다고 한다. 휴대폰 동글(Dongle·모바일카드를 갖다 대면 결제가 되는 장치)을 들고다니는 셈이라 일부 지역에선 동글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정부기관, 경쟁사, 통신사, 정보기술(IT)업체 등이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때가 왔다. 사회적 변화 중에 하나는 그런 것이 쓰나미 오듯이 굉장히 빨리 온다는 것이다. 예전에 혼자서 열정적으로 하던 시절과 많이 다르다.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
- KT가 비씨카드 지분 인수로 모바일카드 시장에 들어왔다
▲제법 큰 소리 중 하나가 그것이다. 때가 된 것을 인식한 것이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 CJ가 BC카드 인수하는 것이랑 KT가 하는 것이랑 SK텔레콤에서 느끼는 게 다르다. KT가 모바일카드사업을 하면 시장 파이가 커지고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다. SKT와 우리 관계도 결과적으로 더욱 공고해지고 인프라 투자가 있을 때 같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애플이 NFC를 한다고 하고 세계적인 추세로 밀려들어오고 있다. 지금은 빨리 IT 강국으로서 이점 살려서 대응하고 우리 나름의 표준화를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모바일카드는 쌍방향으로 마케팅이 이루어지니까 마케팅의 혁신이 될 것이다. 모바일카드에 카드 80장이 들어가고 쿠폰도 입력할 수 있다.
- 최근 금융사 보안 문제가 불거지면서 모바일카드 보안이 취약하단 지적이 있다.
▲보안의 3대 요소는 정책, 프로세스, 사람이다. 세 가지가 균형있게 자리잡아야 보안이 된다. 해킹과 보안은 창과 방패기 때문에 끊임없이 프로세스를 보완해나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뚫리는 것이다. 고객정보 보안은 CEO 업무 최우선순위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이 것을 CEO가 이해해야 한다.
◇ 이강태 사장은 누구
이 사장은 1953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또 고려대 개발경제학 석사와 명지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9년 LG유통 기획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IBM 코리아 유통영업부 실장, LG유통 정보서비스 담당 상무, 삼성테스코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카드와 생리가 통하는 유통 경력과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경험을 두루갖춰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하나SK카드의 초대 사장으로 낙점됐다. 지난해 4월부터 한국CIO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