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요즘은 술 끊는데 먹으려고 호랑이배설물을 찾는 사람이 없어요"
과거에는 술 끊는데 특효라는 호랑이배설물을 구하느라고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물원에 오래 동안 근무한 사육사들은 옛날에는 금주의 수단으로 호랑이배설물에 대한 수요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자칫하다가는 병이 옮을 우려가 있는데 누가 약으로 쓰겠느냐며 손사래를 친다.
의서에도 호랑이배설물을 약으로 쓰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술을 끊기 위한 용도로 쓰는 경우는 없었다. 동의보감에서는 호랑이배설물을 호시(虎屎)라고 하여 귀기(鬼氣)와 악창(惡瘡)을 치료하는데 쓰고 있다. 즉 귀신이 들려서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이나 고질적인 종기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은 술을 끊는 방법으로 매의 배설물을 태운 가루를 술에 타 먹으면 좋다고 하고 있다. 다만 먹는 사람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해야 효과가 있다고 적고 있다. 아무리 금주에 좋다고 하더라도 동물의 배설물을 먹는 것이 그리 기분이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호랑이배설물 얘기는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의미로 쓰인 것 같다. 술에 절어 인사불성인 사람에게 호랑이가 정신을 바짝 들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민간에서 호랑이배설물을 쓰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동의보감은 술의 독성 때문에 과음하는 것을 경계하여 3잔 이상 먹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 술을 주량이상으로 마시면 오장이 상하고, 술을 빠른 속도록 마시게 되면 폐를 상하고 심지어 독기가 심장을 침범하고 창자에 구멍을 내고 정신이 혼란하여 앞을 잘 못 보게 되어 심하면 죽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술에 취하여 성생활을 하면 몸이 크게 축날 우려가 있다. 음주 후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성관계를 하면 얼굴에 검버섯이 생기고 기침이 나며, 증상이 심해지면 오장의 맥이 끊어져서 수명이 단축된다고 하였다. 먹었다하면 2,3차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음주시간을 줄이고 빨리 귀가하는 것이 좋겠다. 마침 성매매특별법도 시행되고 있으니 건강도 챙기고, 망신당할 일도 없고, 가족도 좋아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겠다.
이처럼 술을 끊기가 어렵고 건강에 대한 폐해가 크다 보니 동의보감에서는 술 때문에 건강을 해쳤을 때의 치료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술병을 치료하는 재미있는 처방으로서는 만배불취단(萬盃不醉丹)이 있다. 만 잔의 술을 마셔도 전혀 취하지 않게 한다고 하니 허풍선 술꾼들의 치기에 부합하여 이름에 거품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한술 더 떠 신선이 취하지 않는 약이라는 의미인 신선불취단(神仙不醉丹)이라는 처방도 있다. 술꾼을 신선에 빗대어 술에 관대한 우리의 뿌리깊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술독을 푸는데는 칡뿌리를 찧어서 즙을 내어 1-2홉씩 마시거나 칡뿌리를 잘 찧은 뒤 물을 부어 가루를 가라앉혀 꿀에 타 먹으면 도움이 된다. 또 술먹고 난뒤 입안이 칼칼한 갈증을 없애는 데는 배추국을 끓여 먹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값비싼 양주와 맥주의 소비량은 뚝 떨어진 대신 서민의 술인 소주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국민들이 1년간 들이킨 소주는 29억병이 넘고, 술의 힘에 기대어 사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장기불황의 여파와 이로 인한 심리적 위축감과 서민들의 얄팍한 주머니사정 등이 어우러져 술 특히 소주소비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 같다.
과음으로 건강을 해친 소비자들이 정부와 주류단체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피해사례를 더 모아서 추가소송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주류회사들도 술 팔아먹기에 급급하기 보다 건전한 음주문화가 뿌리내리도록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예지당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