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은 현지시간 3일 회계연도 2026년 2분기(2~4월) 매출 222억달러, 주당순이익(EPS) 2.44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8%, EPS는 54% 증가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웃돌았다. AI 반도체 매출은 10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3% 급증했고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까지 확대됐다. AI 반도체 수주액도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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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브로드컴은 3분기 AI 반도체 매출 가이던스로 160억달러를 제시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8% 증가한 수치지만 시장 기대치(172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간 AI 반도체 매출 전망도 560억달러를 제시해 시장 컨센서스인 575억달러를 소폭 밑돌았다.
특히 투자자들은 브로드컴이 2027년 AI 매출 전망을 기존과 동일한 ‘1000억달러 이상’으로 유지한 점에 실망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며 시장 기대치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추가 상향이 없었던 점이 부정적으로 해석되면서 4일 주가가 12% 급락했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은 이번 주가 조정을 과도한 반응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민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시장 눈높이를 하회하는 연간 AI 매출 가이던스와 XPU 관련 경쟁 심화 우려로 주가는 단기 조정 중”이라면서도 “다소 보수적인 실적 전망은 동사의 경쟁력 감소가 아닌 공급 리드타임 장기화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빅테크를 비롯한 고객사들이 HW 공급 병목을 넘어 전력 및 부지 확보까지 고려해 수년 치 물량을 선제적으로 주문 중인 만큼 단기 실적보다 가시성이 확보된 수주잔고 확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브로드컴은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AI 반도체 수요가 단순한 칩 확보 경쟁을 넘어 전력과 데이터센터 부지 선점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대형 AI 클러스터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 확보 기간이 길어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수년치 물량을 선제적으로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AI 투자 사이클이 단기 유행이 아니라 장기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브로드컴의 고객사 확장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핵심 고객인 구글 외에 오픈AI와 메타, 앤트로픽 등 대형 AI 기업들과의 장기 계약이 잇따라 확대되고 있다.
브로드컴은 지난 4월 구글과 차세대 TPU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앤트로픽은 기존 1GW 규모에서 2027년 이후 5GW 규모의 TPU 컴퓨팅 계약으로 확대했고, 오픈AI는 2027년 1.3GW 규모 구축을 확정했다. 메타 역시 2028년까지 3GW 규모 인프라 구축 계획을 진행 중이다.
특히 브로드컴은 아폴로(Apollo), 블랙스톤(Blackstone) 등과 350억달러 규모 AI 투자 플랫폼인 ‘AI XPV’를 구축해 고객사의 자금 조달까지 지원하고 있다. 단순 칩 공급업체를 넘어 AI 인프라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가 브로드컴을 높게 평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네트워크 사업 경쟁력이 꼽힌다. AI 데이터센터 규모가 기가와트(GW) 단위로 커지면서 수십만 개 AI 칩을 연결하는 고성능 네트워크 중요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가 GW급으로 거대화되고 AI 클러스터가 다수의 랙과 사이트로 분산되는 흐름에서 고성능 네트워크의 중요도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브로드컴은 Tomahawk 6를 기반으로 이더넷 스위치 시장에서 여전히 리드 플레이어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 심화 가능성도 변수다. 최근 구글이 차세대 TPU 일부 물량을 미디어텍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ASIC 설계 시장 경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연구원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비용 최적화를 위해 ASIC 디자인하우스 간 경쟁을 유도하는 흐름은 브로드컴에게 중장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장기 성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TPU v9 수주 여부가 핵심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번 주가 하락을 오히려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가 급락은 다소 과도하다”며 “수익성 둔화의 핵심 배경은 ASIC 매출 급증으로 오히려 AI 매출 급증 기대감이 유효함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AI 수요에 기반한 이익 전망 상향에도 불구하고 최근 밸류에이션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31배 수준까지 완화된 상태”라며 “이번 급락 속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이번 하락은 AI 반도체 수요 둔화보다는 단기 실적 기대치가 조정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TPU 공급 논의가 2027년을 넘어 2028년까지 진행 중인 만큼 수요 감소보다는 컨센서스 자체가 높게 형성돼 있었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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