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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총선 지면 정계 은퇴” 초강수…與 당 쇄신 ‘올인’(종합3보)

이상원 기자I 2023.10.15 22:05:44

與, '김기현 체제' 재편성에도 후폭풍
'윤핵관' 빼고 '수도권' 전면 배치
"김기현 사퇴 없이 총선까지"
일각서 "김기현이 쇄신 대상" 비판도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총선에서 지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당 쇄신의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기현 대표의 교체가 곧 ‘쇄신의 핵심’ 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암초에 맞닥뜨리자 이에 대한 초강수를 내놓은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김기현 “내가 뭐가 아쉽겠나”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마지막 발언에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기는 것에 모든 걸 걸겠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 체제’를 유지한 채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가 “자기(김 대표는)는 국회의원도 네 번이나 해봤고 광역자치단체장도 했다”며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 원내대표에서 집권여당의 당 대표까지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웬만한 자리는 다 해봤다”고 했다.

이어 김 대표는 “내가 뭐가 더 아쉽겠느냐”며 “내년 총선의 실패는 결국 나는 자기는 정계 은퇴라는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총선에 국민의힘이 이기는 것에 모든 것을 소진하겠다”며 “총선에서 지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면서 ‘제2 김기현 체제’를 조기에 꾸리게 된 가운데 당 일각에서 ‘김기현 사퇴론’이 여전히 제기되면서 이를 무마하기 위한 타개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현(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대표와 사무총장직을 사퇴한 이철규(오른쪽) 의원 등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與, 대표 중심 쇄신안 마련·당 혁신기구 마련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대표를 중심으로 당 쇄신 방안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4시간 반 가량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는 총 26명의 의원이 발언했다.

소수의 참석자들은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부분 총선 6개월을 앞두고 현 지도체제를 유지하며 쇄신의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적합하다고 의견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김기현 대표를 중심으로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받들어 변화와 쇄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정책정당의 면모를 일신해서 민생 경제 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특히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김 대표가) 우선 당의 혁신 기구와 총선 기획단을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며 “인재영입위원회도 구성해서 활동할 계획을 말했다”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당직 개편과 관련해 “통합형 당직 개편을 하겠다고 (김 대표가) 말했다”며 “당과 정부의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했다. 또 당내 소통을 강화해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의견을 의사 결정 전에 수렴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의총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전날 일괄 사퇴한 임명직 당직자 인선 방향에 대해 “인선은 통합형,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전진 배치하는 형태로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비주류 의원들 중심으로 김 대표의 사퇴 목소리가 나왔다. 인적 쇄신인 국민의 입장에선 “눈 가리고 아웅”이 될 수 있다며 지도부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반면 당 지도부가 쇄신의 의지를 보인 만큼 혁신위원회를 발족 후 그 주축으로 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붙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의원총회 중 나와 기자들과 만나 “위기를 위기로 못 느끼는 것이 위기라고 (발언대에서) 말했다”며 “비상대책위원회에 준하는 혁신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총에서 “(임명직 총사퇴가 부족하다는) 말을 한 의원들도 있었다”며 “(김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그런 (말을 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윤 의원은 “김 대표가 사퇴하면 그다음 대안이 무엇이냐, 그래서 비대위에 준하는 혁신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의총에서 “저는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할 생각이 없다”며 “다만 국민께 회초리를 맞았으면 제대로 아파할 줄은 알아야 한다. 국민께서 간절히 원하시는 건 우리 지도부 면면이 바뀌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라고 피력했다. 허 의원은 “잼버리 행사의 책임을 따지면서 호남 분들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정중히 사과드려야 한다”며 “보수 지지층도 걱정하는 과도한 이념논쟁, 대통령께 간곡히 말씀 올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쯤 되면 다같이 용산(대통령실)에 가서 도끼 상소라도 올렸어야 한다”며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총선 참패하면 정권 흔들린다’, ‘대통령께서 원하시는 대한민국 못 만든다’ 이렇게 호소했어야 한다”고 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의총에서 “우리가 강서구청장 선거를 단결을 안해서 졌냐”며 “단결을 너무 잘해서 진건데 또 단결을 하자고 하면 또 지겠다는 뜻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만 김 대표의 ‘사퇴론’을 촉구하는 의견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당 대표를 바꾸고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이 오히려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고 소모적인 과정에 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영남권의 3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사퇴론이 부각돼서 그렇지 실제로는 사퇴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며 “70~80%는 쇄신하는 지도부 체제에서 혁신을 하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재선 의원은 “김 대표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대동단결해서 당이 하나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기현(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대표와 사무총장직을 사퇴한 이철규(오른쪽) 의원 등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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