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 마치 가위처럼 DNA 염기서열을 절단·교정해 유전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는 혁신 기술이다. 1세대 ‘징크핑거 뉴클레아제’, 2세대 ‘탈렌’, 3세대 ‘크리스퍼 캐스’까지 진화하면서 원하는 부위를 교정할 수 있는 정확도는 99.9%까지 올라갔다.
툴젠은 이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이미 원천기술 발굴을 넘어 희귀질환을 치료제를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일부 파이프라인은 올해 독성평가 등을 거쳐 빠른 시간내 임상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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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위 기술은 잠재력이 무한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컨설팅회사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글로벌 유전자 편집 시장이 연평균 14.5% 성장해 2023년에는 71억2000만달러(약 7조88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유전자 기술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해외 기업들은 아직 임상 1상 단계임에도 시가총액이 5조~10조에 이른다.
툴젠이 초기에 유전자 기술에 활용할 수 있을만한 단백질을 찾아내고 디자인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해당 기술을 치료제로 상용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김 대표는 “유전자 교정을 통해 암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T세포)의 기능을 향상, 면역항암제(CAR-T) 효능을 높일 수 있다”면서 “잘못된 유전자를 고쳐 정상적으로 바꿀 수도 있어 기존 유전자 치료제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툴젠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운동 및 감각신경이 손상되는 샤르코마리투스병 1A형(CMT1), 나이 관련 황반변성(AMD), 혈우병, 만성 간염 바이러스 등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올해 샤르코마리투스병과 황반병성 프로그램은 독성평가에 진입하고 면역항암제는 해외 파트너와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면서 “4, 5개 파이프 라인은 동물실험(전임상)을 통해 유효성을 평가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최근 제넥신(095700)이 툴젠의 1대 주주가 되면서 회사는 치료제 임상시험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임상 경험이 많은 제넥신이 툴젠의 치료제 파이프 라인을 임상으로 가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제넥신도 세포치료제에 관심이 많은데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 (연구개발)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유전자가위 기술이 새로운 기술인 만큼 허가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데다 생명윤리 제약 탓에 상업화가 더딘 편이다. 김 대표는 “유전자를 교정하다보니 생각지 못했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긴밀하게 협조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이미 임상에 들어간 회사들이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잘 참고해 적용하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툴젠은 지난 8년 동안 브로드 연구소, UC버클리 연구팀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기술 특허를 놓고 분쟁을 벌여왔다. 현재 미국에서 3자 중 최초 발명자를 가리는 저촉심사가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상무 출신 특허전문가를 최고법률책임자(CLO)로 영입하는 등 잘 대응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유전자가위 연구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특허권 확보경쟁을 하면서 툴젠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목표는 달성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