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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만 하더라도 김용준·안대희·문창극·김병준 등 총리 후보자 네 명이 낙마했다. 쇄신을 통해 국정동력을 끌어올리려던 박 전 대통령의 구상은 오히려 ‘부메랑’이 돼 자신의 심장에 꽂혔다. 세간에는 박근혜정부가 ‘청문회’로 시작해 ‘국회선진화법’으로 끝났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우여곡절 끝에 인준안이 통과돼도 만신창이가 된 총리가 ‘국정주도권’을 거머쥘 리 만무했다. “박근혜정부 총리들이 하나같이 ‘허수아비’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무엇보다 청문회 영향이 컸다”(박근혜정부 고위 관계자)고 회고하는 배경이다.
후보자들을 ‘탈탈’ 털며 ‘희희낙락’이었던 야당을 보며 여당은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9년 만의 정권교체로 당시 ‘울분’은 ‘복수’를 꿈꾸게 했다.
여야는 지난 정권에서 각각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사전검증을 통해 자료제출 논란을 없애고 기간을 30일로 늘려 내실을 기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보다 강도를 높이자는 의미다. 반면 자유한국당 측은 도덕성과 업무능력 검증 청문회를 분리해 도덕성 검증 청문회는 비공개로 해 무분별한 신상털기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자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말 양측이 낸 개정안이 맞나 싶을 정도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이 납득할만한 고위공직자 검증기준을 국회와 청와대가 함께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라는 야당의 주장을 이해한다”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당시 인사청문에 피해의식을 갖게 된 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과하게 공세한 것을 살펴보게 된다”며 ‘자성’했다.
늦었지만 반길 일이다. ‘복수혈전’(復讐血戰)이 아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생각으로 제1야당인 한국당이 동참하길 기대한다. 문 대통령의 지지자건 아니건, 우리 국민은 지리멸렬한 지난 9년간의 ‘인사 파동’을 다시 볼 하등의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