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라인에 외교 전문가를 배치한 것은 안보 문제를 외교로 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보 현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단순히 주한미군의 무기체계를 넘어 한-미·한-중·미-중 간 복잡하게 얽힌 외교 문제로 비화됐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 역시 다자외교의 틀에서 풀어야 할 숙제라는 인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선안을 발표하며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정의용 아시아정당 국제회의 공동 상임위원장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명했다.
정의용 실장 “사드 절차적 정당성 결여”…검증 작업 예고
정의용 신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시작부터 외교·안보 라인의 실세로 통하며 꾸준히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외교·안보 분야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외교안보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그에 대해 “외교와 안보는 동전의 양면이라 생각한다”면서 “현재 북한 핵문제 등 외교와 경제, 안보가 섞여있는 상황에서 정 실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정 실장은 외무고시 5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외무부 통상국 국장, 주미국대사관 공사, 이스라엘 대사,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제네바 대사 등을 역임했다. 제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바 있다.
외교관 출신의 정 실장이 국가안보실 수장에 임명되면서 군 출신 중심 구조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국가안보실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신설된 조직이다. 초대 실장은 김장수(육사27기) 전 국방부장관이 맡았다. 그가 중국대사로 임명되면서 2대 실장은 김관진(육사28기) 전 국방장관이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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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사드 배치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결정 과정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 대한 검증 작업을 예고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 대로 국회 비준 동의 절차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정 실장은 “우리나라가 처한 외교·안보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면서 “무엇보다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KBS 영어 PD서 외교장관까지…‘최초·최고 여성’ 수식어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된 강 후보자는 외교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초·최고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외교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실제 외교부 장관에 오를 경우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 된다. 비 외무고시 출신으로는 지난 노무현 정부 때 외교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이후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에 대해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 시기 민감한 외교 현안을 슬기롭게 풀고 내각 구성에서 성평등이란 관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KBS 영어방송의 프로듀서(PD) 겸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강 후보자는 국회의장 국제비서관 등을 지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역하면서 외교가에 이름을 알렸다. 탁월한 영어실력과 세련된 매너 등을 인정받아 김 대통령의 영어통역사로 발탁됐다.
1998년 외교통상부 국제전문가로 특채된 뒤 장관 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당시 국제기구정책관)에 임명됐다. 당시 외무고시 출신이 아닌 여성이 외교부 본부에서 국장을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
강 후보자는 유엔 내에서 한국인 여성으로선 최고위직을 거쳐 온 인물이다. 2006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부판무관을 시작으로 2011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를 거쳤다. 2013년 3월부터는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에서 사무차장보로 일했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후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당선인 인수팀의 팀장 역할을 맡았다. 올해 1월 유엔 정책특별보좌관에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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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다른 한 축인 국방부 장관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까지 국방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대선기간 동안 캠프에서 활동한 군 출신 인사들이다.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해 육군 3군사령관 출신의 백군기 전 의원,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이다. 비 캠프 출신으로는 정승조 전 합참의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군 출신이 맡던 국가안보실장에 외교관을 임명한 만큼 현 안보 상황을 고려해 국방부 장관에는 기존대로 군 출신을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 기용을 공약한바 있기 때문에 그의 파격 인사 행보를 감안하면 문민장관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군 상부구조 개편과 병력 조정 등 국방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군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 ‘실세 차관’을 통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구체화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