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실리콘변두리⑥] 에볼라 치료제 Z맵의 `불편한 진실`

김유성 기자I 2014.08.19 11:24:33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치료제중 하나로 알려진 Z맵(Zmapp)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바이오 스타트업이 개발한 이 치료제는 아직 실험 단계에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항할 유일한 특효약으로 알려졌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Z맵의 효과..‘기대보다는 낮아’

Z맵이 주목받게 된 것은 서아프리카에서 활동하던 미국인 의사들이 처방받고 회복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Z맵 효능 덕에 미국인 의사들이 살았는 지 확증할 근거가 없다.

현재까지는 원숭이에 주입하는 정도까지 임상실험이 전개됐다. 에볼라에 감염된 원숭이에 Z맵 혈청중 하나인 MB-003을 주입했을 때 생존율은 43%였다.

디프러스의 또다른 Z맵 혈청 ZMAb도 MB-003과 큰 차이가 없다. 디프러스는 2012년 6월 에볼라에 감염된 원숭이를 상대로 ZMAb 효능을 실험했다. 주입 48시간 이후 생존률은 50% 정도였다. 서아프리카 에볼라 창궐지의 환자 생존율이 5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디프러스는 아직 실험 단계로 대량 생산이 힘들다는 점도 한계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특별 허가가 있지만 미 식품의약안전국(FDA)의 정식 승인이 나려면 몇 년 시간이 더 있어야 한다.

더욱이 이미 시험 생산된 Z맵도 재고가 바닥났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대책없이 방치될 가능성마저 있다. 치료제라고 보기에는 아직 취약하다.

◇Z맵의 치료방식..‘에볼라 직접 퇴치 못해’

Z맵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죽이는 항생제 같은 치료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엄밀히 말해 백신도 아니다. 굳이 꼽자면 한방에 가까운 약이다. 바이러스와 직접 싸우기보다는 몸의 저항력, 즉 면역 체계를 증진시켜 환자 스스로 병마와 싸워 이겨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백신 원리와도 비슷하지만 급한대로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Z맵도 단일 회사가 개발한 게 아니다.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바이오테크 기업 두 곳이 만든 항체 혈청을 섞어 효능을 높인 게 Z맵이다. 그래서 Z맵을 ‘혈청 칵테일’에 비유할 수 있다.

첫번째 혈청은 MB-003으로 불리는 혈청이다. 이 약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 있는 맵 바이오파마수티컬(Mapp Biopharmaceutical·이하 맵)이 개발했다. 두번째 혈청은 ZMAb이라는 이름의 제품이다. 캐나다 회사 디피루스가 개발했다. MB-003과 ZMAb을 합쳐서 만든게 바로 Z맵이다.

◇Z맵 개발 기원.. ‘바이러스 무기 연구 하던 美軍 도움 커’

에볼라 바이러스 항체중 하나인 MB-003은 지난해 8월 맵사가 개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에볼라 바이러스를 통한 생화학전을 연구하던 미 육군 의학연구소와 협력한 덕분에 개발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먼저 미군이 보유중인 에볼라 바이러스를 쥐에 주입한다. 쥐가 에볼라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중에 발생한 항체를 추출한다. 이 항체가 인체에 주입되면 에볼라 바이러스를 막는 역할을 한다. 에볼라에서 완치된 사람에게 받은 피가 치료제로 활용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인체 면역 반응 때문에 쥐에서 추출한 항체가 바로 쓰이지 않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인간 DNA에 항체 생산 요소를 조립하는 연구를 했다. 인간 면역 체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항하면서도 인체 거부반응이 없는 항체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렇게 얻어진 항체를 혈청으로 만든 게 MB-003이다.

◇Z맵의 생산..‘담뱃잎이 최고’

포유류로부터 얻은 항체가 쓰일 수 있도록 사람 DNA를 조작하는 복잡한 작업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더욱이 대량생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담배과에 속하는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담배 식물)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과학자들은 이 식물 유전자를 조작해 MB-003을 생산하는 방법에까지 이르렀다.

식물을 활용하는 방법은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 첫번째로 인간에 유해한 바이러스나 세균을 옮기지 않는다. 두번째로 원숭이 같은 포유류보다 실험비용이 적게 든다. 이와 함께 생명 윤리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