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지난해 `최고 히트상품`에 꼽히며 부동산시장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은 보금자리주택이 대량 미달 사태를 겪으며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12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마감된 2차 보금자리주택 노부모부양 특별공급 사전예약 접수 결과 총 913가구 모집에 816명이 신청하는데 그쳐 모집가구를 채우는 데 실패했다. 평균경쟁률은 0.89대 1.
같은 날 마감된 3자녀 특별공급은 1840가구 공급에 2427명이 신청, 평균 1.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서울 내곡과 세곡2 지구를 제외한 경기권 4개 지구의 평균경쟁률은 0.7대 1에 불과했다.
특히 경쟁률이 가장 떨어진 시흥 은계지구는 해당 지역인 시흥시 거주자는 물론 경기도와 수도권에서도 청약자가 단 1명도 없는 주택형(B-2블록 74㎡)도 나왔다.
◇ 가격 경쟁력 떨어져
마감된 3자녀, 노부모 특별공급 사전예약 이외에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등 다른 특별공급에서도 대량 미달을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2차 보금자리주택의 흥행 실패는 이미 예고됐다. 보금자리주택의 가장 큰 경쟁력인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수도권 4개 지구의 추정 분양가가 750만~990만원(주변시세의 75~80%)이라고 발표했지만 인근의 85㎡ 이하 시세를 조사한 결과(부동산114 자료) 78~101%까지 비쌌다.
구리 갈매의 분양가는 3.3㎡당 990만원인데 인접한 구리 인창동 아파트는 이보다 싼 3.3㎡당 978만원이었고 부천 옥길과 인접한 소사본동 역시 3.3㎡당 862만원으로 보금자리 분양가 평균 870만원보다 저렴했다.
◇ 입지 경쟁력도 뒤처져
높은 가격에 입지 역시 크게 뒤처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 지역의 입지여건은 서울 강남권에 비해 향후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낮다는 얘기다. 이번 2차 보금자리 사전예약 때 경기권 거주자의 상당수가 서울 강남권에 몰린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앞으로 나올 3차 보금자리지구가 시흥 은계와 부천 옥길 지구 인근이라는 점도 미분양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이번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공급된 수도권 물량의 경우 주변시세와 큰 차이가 없었다"며 "전매제한 기간 등을 고려할 경우 오히려 민간주택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 고민에 빠진 국토부
지난해 보금자리주택으로 재미를 본 국토해양부는 고민에 빠졌다. 수요자들이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3차 보금자리주택지구에 서울 강남권이 배제돼 벌써 흥행실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보금자리주택의 대량 미분양은 없을 것이라며 애써 태연하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으로는 미분양 사태를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이충재 국토부 공공주택건설추진단장은 "미달물량은 2·3지망 신청자에게 우선 배정되고 잔여물량은 내년 본청약 특별공급이나 일반공급 물량에 포함되는 만큼 미분양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