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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너 없는 여행은 의미 없어!

조선일보 기자I 2006.06.29 12:15:00

여행 다이어리족- 윤효정·김선아·전지영씨

▲ 윤효정-김선아-전지영씨
[조선일보 제공] 달콤한 탈출의 유효기간을 최대한 연장할 수는 없을까. 여행의 추억을 조금이라도 오래 간직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노하우.

다이어리로 여행의 추억을 꽁꽁 냉동시키기! ‘여행은 짧고 메모는 길다.’ 이방인의 눈으로 포착한 재미를 나만의 여행 일기로 만끽하는 이들. 윤효정(27·그래픽디자이너), 전지영(36·일러스트레이터), 김선아(24)씨. “수첩 없이 여행 없다”는 자타공인 ‘여행 다이어리족’을 소개한다.

무조건 붙이고 보자!

일주일 여행에 두꺼운 수첩 한 권을 뚝딱 다 쓰는 메모광 윤효정 씨. 그녀의 여행 가방에 항상 들어있는 물건은 스카치 테이프. 추억거리가 될 만한 건 무조건 다이어리에 붙이고 본다. “나중에 정리해야지 하다 보면 귀찮아지거든요. 그래서 뭔가 생기면 즉석에서 붙이는 거예요.”

그녀의 수첩은 잡동사니다. 식당 젓가락 종이 커버, 종이 메뉴판, 냅킨, 커피 프림 뚜껑,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홍보용 책갈피…. 보통 사람 같으면 바로 쓰레기통에 들어갔음직한 것들이 떡 하니 붙어있다.

▲ 윤효정씨 다이어리

“글로 쓰는 것보다 이미지를 통째로 기억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몇 년 지나봐도 그때의 상황이 머릿속에 바로 떠올려지거든요.” 에피소드에도 ‘소품’이 빠지지 않는다. 부지런히 걸어다닌 탓에 뒤꿈치가 까져 밴드를 발랐던 때를 기억하기 위해 그 때 썼던 밴드를 다이어리에 붙여 놨다. 와인을 엎질렀던 기억은 그림을 곁들였다.

그녀가 말하는 또 하나의 노하우. 음악이 흘러 나오는 예쁜 카페를 찾아가라! “관찰하는 기쁨에 낭만까지 더하면 금상첨화잖아요. 멋진 곳에서 폼 잡고 무언가를 긁적이는 내 모습을 생각해보세요.” ‘자아도취’도 여행의 자유를 만끽하는 데 꽤 중요한 요소라는 얘기. 내추럴한 느낌을 좋아하는 효정 씨는 재생지와 펜을 즐겨 쓴다.

찍고 보는 거야~

디카족 김선아 씨의 다이어리 정리 원칙은 ‘선(先)관광 후(後)기록’. 관광지에서는 최대한 많은 것을 눈과 카메라에 담고, 기록은 숙소에 돌아와 밤에 한다. 자기 전에 그날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수첩 3~4장에 빼곡하게 담는 것. 본격적인 다이어리 정리는 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인화한 다음 한다.

▲ 김선아씨 다이어리

선아 씨는 디지털 사진 인화 때 딸려 나오는 조그만 사진을 최대한 활용한다. 큰 사진을 일일이 붙이려면 공간도 부족하고 깔끔하지 않기 때문. 작은 사진을 조르르 붙이면 한눈에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고. 사진 파일을 일반 컬러 프린트로 인쇄해 붙여도 색다른 느낌이 난다. 사진 옆에는 기차표나 관광지 입장권 등을 붙여 입체화시킨다.

선아 씨가 말하는 다이어리 정리 제1원칙은 여행 다녀온 뒤 무조건 1주일 내에 사진을 인화하라는 것. “디카는 찍을 때 편하지만 찍고 나서 인화를 안 해서 막상 남는 건 별로 없어요. 귀찮아도 무조건 인화해야 돼요. 순간의 부지런함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그림 하나에 추억을!

‘탄산 고양이 집 나가다’ ‘뉴욕 매혹 당할 확률 104%’ 등 두 권의 여행 에세이를 쓴 전지영 씨.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에 걸맞게 그녀의 다이어리 필수 요소는 그림. “사진은 모든 걸 담지만 그림은 그 사람이 좋아하는 부분이 주관적으로 드러나거든요. 카메라의 매끈한 눈과 감성이 들어간 사람의 눈, 차이가 확실히 나죠.” 아무리 그림에 젬병인 사람이라도 음료수, 컵 등 조그만 소품 그리기 정도는 한 번쯤 도전해 볼 것.


▲ 전지영씨 다이어리
정리도 중요하지만 무거운 짐은 질색. 짐이 무거우면 정리고 뭐고 쉬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드니까. 손바닥만한 이탈리아산 몰스킨 수첩과 연필 두 자루면 준비 끝. 지나가는 행인들의 패션, 레스토랑 음식, 공연 풍경 등 짬 나는 대로 크고 작은 풍경들을 수첩에 간단하게 스케치하고 상황을 떠올릴 수 있는 코멘트를 써넣는다. “여행은 소유욕의 반영”이라 생각하는 그녀. 다이어리 역시 자신의 살아있는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 가며 여행을 소유해가는 과정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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