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7시, 서울 이마트 목동점 달걀 매대 앞. 농림축산식품부의 할인 지원(농할)을 받은 ‘알찬란’ 대란 30구짜리가 5960원에 등장하자 소비자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최근 한 달간 대란 평균가격이 7100~7300원대(평년 6573원)를 웃돌았던 터라 체감하는 반가움은 컸다. 5980원 가격표가 붙어 있던 ‘이맛란’ 특란 30구는 이미 품절 상태였다.
반면 나란히 진열된 동물복지 유정란(30구)은 농할지원이 적용됐음에도 9984원에 달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매대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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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할인이 곧바로 지갑 열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매대 앞에서 30초 넘게 제품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던 주부의 모습은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여전하다는 현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김혜선씨(40대)는 “신선식품은 전주보다 10% 정도 저렴해진 것 같지만, 이미 작년보다 물가가 워낙 오른 상태라 장바구니에 담을 때 한 번 더 따져보게 된다”고 했다.
칠순을 넘긴 어느 부부의 토로는 더 묵직했다. “둘이 먹을 걸 사도 최소 10만원이에요. 한 번 오르면 잘 안 내려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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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찾은 노원구 공릉동 도깨비시장. 마트와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계란 한 판 1만원, 통배추 한 통 1만 1000원, 대파·양파 각 3000원, 사과 5개 1만원. 품목 조건은 다르지만 마트 할인 상품보다 체감 가격은 더 높았다.
상인들마다 체감하는 물가도 달랐다. 한 채소가게 상인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손사래를 쳤고, 과일가게 상인은 “명절에는 찾는 수요가 많으니 비싸지고 다시 내리는 게 과일값”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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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재료비는 명절 풍속도마저 바꾸고 있다. 추석 성수품 장보기에 앞서 시장을 둘러보던 워킹맘 장진희(43) 씨는 “채소부터 생선, 달걀까지 재료비가 더 들 판인데 노동 시간까지 더하느니 사 먹는 게 낫겠다”며 “올해는 시장에서 파는 전으로 차례상을 대체하겠다”고 귀띔했다.
“여보, 전 부치지 말고 사자”
실제 명절 필수품인 동그랑땡을 두고 주부들의 계산기도 바쁘게 움직인다. 이마트에서 돼지고기 다짐육(600g), 두부(500g), 양파·대파·당근, 계란 한 판을 사면 순수 재료비만 2만 3472원. 전통시장에서도 밀가루나 식용유를 제외하고 최소 2만 8460~2만 9960원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1~2인 가구나 소규모 가정에서는 완제품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도깨비시장에서는 큼직한 동그랑땡 10개들이 한 팩이 5000원, 모둠전이 1만원에 팔린다. 대형마트에서도 냉동 완제품(비비고·풀무원·동원 등)이 5000원대에서 1만원대 중반의 1+1 행사까지 다양한 선택지로 소비자를 맞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량으로 전을 부친다면 직접 만드는 게 유리하지만, 1~2인 가구가 재료를 새로 장만해야 한다면 냉동 완제품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할인 지원이 쏟아졌지만, 여전한 물가부담 탓에 이번 추석 장바구니는 소비자들이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치열하게 따지는 현장이 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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