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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5명이 순직하는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5년7개월이 지났다. 2021년 6월 정부가 소송을 낸 지 2년8개월만에 나온 판결이다.
재판부는 “KAI는 계약에 따라 결함 없는 마린온 헬기를 납품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이 사건 헬기의 부품인 로터마스트 내부의 균열 등 결함이 존재한다”며 “결함이 KAI의 이행보조자인 부품제작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이므로 KAI는 민법 제390조에 따라 정부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터마스트는 엔진에서 동력을 받아 헬기 프로펠러를 돌게 하는 중심축이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2016년 KAI와 마린온 헬기 28대를 6328억여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초도양산계약을 체결했다. 해병대 1항공대는 2017년 이 계약에 따라 마린온 헬기 2호기를 납품받았다.
문제는 2018년 7월 경북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정비를 마친 뒤 마린온 헬기가 시험비행 중 추락하면서 불거졌다. 이 사고로 당시 헬기에 탑승했던 김정일 대령, 노동환 중령, 김진화 상사, 김세영 중사, 박재우 병장 등 장병 5명이 순직했다.
마린온 추락사고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는 사고 5개월 뒤인 2018년 12월21일 ‘헬기가 제조 공정상 문제로 로터마스트 부품에 균열이 생겨 파손되면서 메인로터가 탈락해 지상 14m 높이에서 추락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또 조사위는 헬기가 추락하면서 연료가 엔진 주변으로 누출됨에 따라 화재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정부는 2021년 6월 KAI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다만 재판부는 유족에게 지급된 사망조의금 및 유족의 기대수명까지의 보훈연금, 합동위원회 사고 조사 관련 비용, 사망조종사 정비사 양성 경비 등에 대해서는 “이 사건 사고와 위 비용의 지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정부의 청구를 기각했다.
또 마린온 헬기 3대의 미사용 기간 동안의 감가상각비 7억여원에 대해서도 “설령 이 사고와 동종 헬기의 미사용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더라도 감가상각비는 회계상으로만 비용으로 인식되는 것일 뿐 실제로 금액이 지출되는 것이 아니므로 실제로 정부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KAI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