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는 다른 주요 신흥국보다도 절상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원화 절상 폭이 가장 크고, 절상 폭이 비슷한 국가들은 멕시코, 페루 등 남미 국가들로 나타났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내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은 급격한 절상은 수급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좁은 박스권 등락과 얇아진 수급을 이유로 들었다.
박 연구원은 “우선 7~9월의 꾸준한 상승 이후 10월 한 달 동안 추가 상승이 제한된 채, 좁은 박스권을 형성했다”며 “두 달간의 꾸준한 상승으로 환율 레벨 부담이 커졌고, 미국 경기 우위, 매파적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스탠스를 제외한 추가 재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전반적으로 외환시장 경계감이 컸다. 달러인덱스는 상승했으나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것은 달러를 대신해서 살 통화를 찾지 못했음을 의미한다”며 “즉 추세 전환 트리거가 발생한다면 일순간에 환율이 바뀔 가능성을 의미한다. 달러를 팔고 싶은데 FOMC, 미국 고용이 뺨 때린 셈”이라고 했다.
박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할 것이며 다음 지지선은 달러인덱스 104.5, 환율 1290원으로 판단한다”며 “그간 환율에서 1300원 빅피겨가 주요 지지선·저항선으로 작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향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약달러 추세의 시작은 아니다. 아직 매크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고 특히 지정학적 분쟁 전개 양상을 속단하기 이르다”면서 “따라서 2024년 환율 V자 반등 (2분기 바닥)이라는 기존 전망은 유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