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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FDA는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대폭 강화하고, 지난주 백악관과 미 보건복지부에 해당 초안을 제출했다. WSJ은 백악관과 보건복지부가 해당 초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WP는 FDA가 이르면 이번 주 새로운 지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FDA의 백신 긴급사용 승인 기준은 그동안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10월에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에서는 백신 개발업체들에 3상 임상시험 피험자가 2차 접종을 받은 뒤 이들의 경과를 최소 2개월 추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위약 투여군에 중증 환자가 5명이 포함돼야 한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한편, 코로나19에 대한 항체 증가만으로는 긴급사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위약보다 50% 이상 효과적이어야 한다”는 기존 지침에서 대폭 강화된 것이다.
FDA가 백신 긴급사용 승인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은 백신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작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서둘러 백신을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악시오스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지난 18~21일 미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세대 백신이 나온 뒤 가능한 빨리 접종할 것 같다는 응답자는 39%에 그쳤다. 이는 지난달 28~31일 조사 때 47%와 비교해 8%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특히 ‘즉시 맞겠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또한 앞서 FDA가 긴급승인했던 하이드로클로로퀸과 혈장치료제에서 부작용이 발생한 만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3상 임상시험에 돌입해 연내 백신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제약사는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학,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정도다. 이들 기업은 이르면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몇 가지 주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백신을 대중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 FDA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즉 새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FDA의 새 가이드라인을 수용할 경우 오는 11월 선거일 이전에 백신을 긴급사용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2차 접종을 하더라도 최소 2개월의 추적 기간이 필요한 만큼, 결과를 얻으려면 11월 말께나 가능하다. 제약사들이 임상시험군에 중증 환자를 추가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도 승인 시기를 미루는 요소다.
WP는 FDA의 승인 기준이 강화되면 미 대선 전 백신이 출시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폴 오핏 백신교육센터장은 WP에 “12월 전 승인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FDA의 요구 사항을 대폭 약화시켜 더 일찍 긴급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소식통들에 따르면, 알렉스 아자르 미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행정부 관료들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회의에서 FDA의 새 지침에 대해 특별히 반대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지침을 언제 수용할 것인지 또는 언제 개정을 요구할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