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14일 롯데가 가지고 있던 면세사업권 2곳 중 잠실 월드타워점의 면세 사업권을 두산에게 넘겨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잠실 월드타워점 대신 동대문의 두산타워에 새로운 면세점이 들어서게 된다.
롯데의 월드타워점 수성 실패는 단순한 면세점 사업권 하나를 잃어버린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가 신동빈 회장의 주도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첫 단추였던 만큼 면세점 수성 실패는 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은 물론 향후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첫단추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면세점 수성 실패로 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이 계획을 추진할 동력이 상당부분 손실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월드타워점이 소공점에 비해 매출이 4분의 1 수준인 5000억원에 불과하지만, 롯데그룹의 면세사업에 대한 사업성 악화가 예상된다”며 “기업가치를 낮춰서 재상장을 한다고 해도 당초 예상했던 투자자금은 몰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독자 노선 걷기에 주력해 결과적으로 반 롯데 정서를 누그러뜨리는데 실패했다.
경영권 분쟁 상황이 없었다면 롯데가 면세 사업권을 모두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던 만큼 월드타워점 사업권 수성실패에 대한 책임은 신 회장이 상당부분 짊어질 수 밖에 없다.
반면 면세점 입찰 전 경영권 분쟁 국면을 심화시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신동빈 원톱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존재감을 가시하며 향후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본격화된 2차 경영권 분쟁은 롯데의 면세점 사업권 수성 실패를 노리고 신동주 회장측이 의도적으로 도발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며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는 잃어도 되지 않을 면세점을 뺏기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