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도진 김자영기자] 미국에서 구제금융법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0일 아침, 금융위원회는 긴박하게 마련한 시장안정책과 함께 "미분양 아파트 등 잠재 우려 요인에 대해 조속히 관계부처 협의를 끝내고 속도감있게 대응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상 최대규모로 불어난 미분양 아파트가 금융시장 불안 속 `폭탄의 뇌관`이 되고 있다. 고질화된 미분양 탓에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은 자구책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지만 당장 만기 상환 자금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땅팔고, 지분팔고..건설업계 자구책 마련 `총력`
중견 주택업체 A사는 오는 4일 돌아오는 250억원 규모의 어음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부산지역 사업부지를 매입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자금조달이 점차 안좋아지더니 최근들어 더 심해진 듯하다"며 "신용등급 `BBB-` 이하는 아예 PF가 안되고 금리도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택업체 B사는 지난 7월과 8월에 총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았지만 이를 상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해외사업 지분매각 등을 통해 추가 유동성 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견 건설사 C사 역시 대전지역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을 최근에야 연장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PF가 600억원 가량 돼 마음을 놓을 상황이 아니다.
주택업체 D사 자금담당 임원은 "금융권의 자금상환 압박 때문에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라면 우량 사업지까지 헐값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러 회사들이 돌아오는 만기채 상환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갈수록 금융시장은 각박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 자금난 극복 역부족.."특단 대책 필요"
정부는 미분양이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되면서 건설업계의 자금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금융권이 여신건전성 확보를 위해 건설업계의 돈줄을 더욱 죄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1금융권인 은행권에서 신규로 건설·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일으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고, 중견건설사들의 경우 대출 만기 연장도 쉽지 않다.
건설업체 한 자금 담당자는 "추석이 지나면서는 2금융권인 증권·저축은행·여신전문업체(캐피탈)들도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로 대출을 내주는데 인색해 졌다"고 전했다.
건설사들은 특히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이 `부동산PF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을 내놓음에 따라 자금줄이 더욱 마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부동산 PF에 대해 여신심사, 내부통제, 익스포저(위험 노출) 관리, 사후 관리 등에 대한 규준이 마련됨에 따라 대출심사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다른 한 중견사 관계자는 "미국발 금융불안이 불거진 이후에는 쉽게 연장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대출 건에 대해서도 금융사들이 상환 능력을 재검토하겠다거나, 담보를 추가하라는 식"이라며 "건설사들의 자금 숨통을 틔워줄 보완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