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은행들이 본격적인 금융 겸업 시대를 맞아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은행들의 조직 개편 특징은 `슬림화`와 `영업 강화`로 요약된다.
올해도 증시로의 자금 이탈이 계속될 뿐 아니라 앞으로 증권, 보험사와의 전면전이 예상됨에 따라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생존을 위한 전열 가다듬기를 시작한 것이다.
◇ "조직을 줄여라"..슬림화가 대세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060000)은 이달 말까지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기존 16그룹·1단·14본부·2국·83부·5실 체제를 13그룹·1단· 14본부·2국·61부·2실로 조정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6그룹 2본부 25부 3실이 폐지됐고 외부출신 부행장이 6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조직개편은 예년에 비하면 상당히 큰 폭"이라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본부를 슬림화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086790) 계열 하나은행도 본부부서 수를 축소 정비했다. 하나은행은 유사 기능을 수행하던 조직을 통폐합해 기존 5그룹 8본부 43팀 체제에서 4그룹 2본부 37팀 체제로 바꿨다.
◇ 영업력 강화..통합 상품 개발 `총력`
무엇보다 은행들은 빠져나가는 돈을 잡기 위해 영업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분산돼있는 영업, 마케팅 기능을 한 데 모으는 총괄 조직을 신설하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5개로 나눠져 있던 개인과 기업, PB(프라이빗뱅킹) 영업그룹을 통합해 영업그룹 I, 영업그룹 II로 신설 재편했다. 특히 지역본부를 영업지원본부로 전환해 영업현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수신과 여신, 외국환, 투신, 방카슈랑스 등으로 쪼개졌던 개별 상품부서를 마케팅 상품본부로 합쳐 복합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쏟을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은행은 본부에서 지원업무를 하던 직원들을 대거 영업점으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이달 말까지 직원인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본부조직을 대폭 축소했으며 영업인력이 그만큼 보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상품전략그룹을 마케팅그룹으로 확대해 은행상품 뿐 아니라 펀드와 방카슈랑스, 카드 상품을 복합적으로 개발해 소매고객을 공략키로 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각각 영업지원그룹, 영업지원본부를 신설하고 마케팅 영업 기능을 강화했다.
◇ "새로운 돈벌이 영역을 찾아라"
은행들은 조직개편을 통해 전통적인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사업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해외 진출과 퇴직연금 공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투자금융·해외사업그룹을 신설해 해외 진출사업과 투자금융 부분을 연계할 방침이다. 신탁기금사업그룹 내 퇴직연금사업부를 만들어 퇴직연금 부문의 마케팅을 강화키로 했다.
하나은행 역시 글로벌 사업본부를 신설해 중국 등 해외 진출을 확대키로 했다. 연금신탁본부도 새로 만들었다.
이건범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까지는 자산운용 진출 등 은행들의 조직이 팽창하는 인사를 했다면 올해는 내실을 다지고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동안 늘렸던 가계대출, 기업대출은 장애요인이 많고 중소기업 대출도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어 기존의 조직으로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모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
☞강정원 행장 "겸업 확대..종합금융체제 구축"
☞국민은행 부행장 8명 `물갈이` 인사
☞내년부터 국내은행 바젤II 전면 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