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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캐리 청산`?..日 단카이에 막혔다!

권소현 기자I 2007.03.08 11:36:44

은퇴자금 들고 해외 투자
해외 자산 떨어지면 저가매수
엔캐리 청산 `든든한 방패막`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엔캐리 청산이 시작됐다, 당신은 어떤 장면을 떠올리겠는가?` 시카고나 런던의 사무실에서 20대 언저리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정신없이 주문을 내면서 고금리에 투자했던 엔 캐리 자금을 회수하는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주역은 대부분 일본의 은퇴자들이라는 것. 이들은 은퇴자금으로 적극 해외 투자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요동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며 오히려 저가에 해외 자산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여기에 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 단카이 세대(1947~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까지 가세하면 엔 캐리 청산으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엔화 저축으로 해외 펀드 가입..`엔캐리 효과`


엔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의 다른 통화 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엔화를 빌리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보유하고 있던 엔화를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캐리 트레이드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 은퇴 세대들이 엔화로 갖고 있던 저축을 해외 펀드나 일본에서 발행된 외국환 표시 채권인 `우리다시` 채권에 투자하면서 캐리 트레이드와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이같은 투자 행태가 엔화 약세를 이끌고, 이들 자금이 흘러들어간 자산과 통화는 상승압력을 받게 되는 것.
 
게다가 이들이 운용하고 있는 자금 규모는 상당해 캐리 트레이드 시장에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JP모간의 사사키 토루 외환전략가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전체 규모를 40조엔으로 추정했으며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채권은 약 30조엔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요동에 무덤덤..오히려 `저가매수`

중요한 것은 이들이 최근 증시 폭락과 엔화 강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 해외 펀드에 투자했을 경우 매달 엔화로 배당금을 받는데 최근 시장 변동성으로 배당금이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최대 규모의 해외 뮤추얼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픽텟 에셋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바버는 "오히려 자금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이번주에 100억엔 이상이 순유입된 날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자들이 "지난주보다 싸네, 조금 더 사볼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고쿠사이 에셋 매니지먼트의 야마우치 이치소 부사장 역시 "일본 개인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리기 보다는 저가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분위기를 설명했다.

매달 40엔의 배당을 지급하는 특정펀드의 경우 1계좌당 기준가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8000엔 밑으로 떨어지면서 저가매수를 위한 자금유입이 잇따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자금 유출과 유입규모는 비슷했지만 6일에는 30억엔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은퇴 베이비부머 쏟아진다..영향력 높아질 듯

회사원인 나카야마 토미오씨는 그동안 투자했던 호주달러를 처분할 게획이지만 일본으로 들여오기 보다는 미국 달러에 투자할 생각이다. 그는 "일본 금리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엔화는 매력적이지 않다"며 "최근 금융시장이 크게 변동하기는 했지만 해외 투자에 대한 믿음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신문은 전망했다. 앞으로 3년동안 800만명 이상의 단카이 세대가 은퇴하면서 약 50조엔의 은퇴자금을 받게 된다. 이중 일부만 일본을 빠져나간다고 해도 금융시장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외 투자에 대한 세미나가 열릴 때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사실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다소 덜어주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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