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식당서 사 먹으면 15000원?

조선일보 기자I 2006.06.08 12:15:00

`시시콜콜` 기내식 이야기
"한 판 더? 이코노미석은 안됩니다'

[조선일보 제공] 기내식. 왠지 설렌다. 일상 탈출의 시작에 비행기와 기내식이 있다. 1919년 8월 런던-파리 정기노선에서 샌드위치와 과일, 초콜릿을 종이상자에 담아 승객에게 제공한 것이 시작이라는 기내식. 기내식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일등석이 다섯배나 비싸다?

일등석이 다섯배가 비싸다?-기내식 원가

기내식 원가(原價)는 ‘비공개’가 원칙. 추정해 볼 수는 있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일반 식당에서 판매한다면 이코노미석 기내식은 끼니당 1만~1만5000원, 비즈니스는 3만~4만원, 일등석은 5만~6만원 정도 매기면 적당할 것 같다”고 했다. 원가는 판매가의 30% 정도로 계산하므로, 이코노미 기내식 원가는 3000~4000원, 비즈니스는 9000~1만2000원, 일등석은 1만5000~1만8000원 정도로 계산이 나왔다. 와인 등 주류와 음료를 제외한 가격.

그러나 전직 외국 항공사 케이터링 담당은 가격을 훨씬 높게 잡았다. 기내식은 위생이나 안전에 더 신경 써야 하고, 기내에서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특별히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원가가 일반 음식보다 높다는 설명이다.

항공사들은 정확한 가격은 밝힐 수 없지만, 이코노미:비즈니스:일등석 기내식 원가는 대략 1:3:5라고 한다. 비행기 티켓의 가격 차이(장거리 노선 기준)와 비슷한 셈이다. 


▲ 이코노미석에 제공되는 대한항공 비빔국수
그렇다면 식사 내용에서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대한항공 비빔밥 기내식의 경우, 이코노미석 비빔밥은 콩나물, 호박나물, 새싹채소, 다진 쇠고기 등 8가지 고명이 올라가고, 비즈니스석 비빔밥은 청포묵이 하나 더 추가된다. 또 이코노미석은 오이지무침과 인스턴트 미역국이, 비즈니스석은 손이 더 많이 가는 더덕구이와 멸치풋고추볶음, 오이냉국이 나간다.

비행기서 먹으면 살찌지 않을까?-칼로리

기내식 한 끼 총열량(칼로리)은 대략 700~900㎉. 1일 권장칼로리가 20~49세 한국 남성은 2500㎉, 여성은 2000㎉이란 걸 감안하면 약간 낮은 편이다. 오랫동안 좁은 비행기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승객들은 운동이 부족해 소화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칼로리 식품으로 구성된다.

껌 씹지 말란 말야-삼가면 좋을 음식

기내식은 맛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기내식은 지상에서 미리 조리한 음식을 급속 냉각했다가 기내 갤리(승무원들이 머무는 지역)에 있는 오븐을 통해 다시 데운다. 기내 오븐은 항공기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한다. 지상에서보다 맛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신체적 이유도 있다. 기내는 지상보다 기압이 높아 감각이 떨어진다. 혀 역시 지상에서보다 무뎌진다. 압력이 낮아지면서 위장 안 공기도 평소보다 20% 부푼다. 뱃속에 가스가 차면 소화도 안되고 식욕도 떨어진다. 그래서 가스를 많이 만드는 콜라, 맥주, 사이다 등을 적게 섭취해야 좋다. 오이, 콩류도 가스를 많이 발생시킨다. 껌을 씹는 것도 좋지 않다.

왠지 허전하다-더 먹어도 되나?

평소 많이 먹는 사람이라면 식사량이 모자란다고 느낄 수 있다. 이코노미석에 탔다면 똑같은 기내식을 한 판 더 먹지는 못한다. 승객 숫자에 맞춰 기내식을 싣기 때문에 남는 경우가 거의 없다. 빵이나 땅콩, 스낵 등으로 허전한 속을 달래야 한다. 물론 비즈니스나 퍼스트는 다르다.

어, 난 왜 한 번 밖에 못 먹었지? -식사간격

음식을 주는 간격은 노선마다 차이가 있다. 국제선은 2시간이 안 되는 짧은 노선의 경우, 데우거나 조리하지 않아도 되는 샌드위치, 김밥과 같은 차가운 음식이 주로 제공된다. 비행시간이 6시간 이내일 경우 한 끼, 6시간 이상이면 두 끼를 먹을 수 있다. 장거리 노선에서는 2회 식사 사이에 간식도 제공된다.

▲ 비지니스석 비빔밥 기내식.


비행기에서 새우깡도 준다고?-등급 노선마다 다른 서비스

이코노미를 위한 음식의 경우 손님 숫자와 음식 분량을 맞춰서 싣기 때문에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한항공 타고 간다고 다 비빔밥을 먹는 건 아니라는 것. 고기의 경우, 한국승객은 쇠고기를 선호한다.

비즈니스와 일등석 손님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여러 메뉴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도록 정량의 120~130%를 싣고 떠난다. 대한항공의 경우 동남아노선에는 아이스크림, 미국·유럽 노선에서는 삼각김밥과 미니 새우깡이 제공되기도 한다.

당뇨 환자는 도시락 싸 들고 비행기 타야하나?-특별식

건강, 종교 등의 이유로 일반 기내식을 먹지 못하는 승객을 위한 특별식이 따로 마련된다. 종교식으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준비한 회교도식,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뺀 힌두교식, 유대인을 위한 코셔(Kosher)식 등이 있다. 건강식으로는 당뇨식, 저지방식, 저단백식, 저염식, 고섬유식, 유당(lactose)제한식 등이 있다. 유아식은 액상조제분유와 이유식, 오렌지주스 등으로 구성된다. 어린이용 기내식은 자장면, 피자, 햄버거, 스파게티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출발 24시간 전 주문해야 한다.

기장과 부기장은 같은 음식 못 먹는다-조종사와 승무원 음식

승객과 같은 기내식을 먹는다. 기장과 부기장은 규정상 같은 요리를 먹으면 안 된다. 한 사람이 닭요리를 먹으면 다른 사람은 쇠고기를 먹는 식이다. 음식 알레르기나 식중독 등 만약의 불상사가 두 사람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프랑스제 비빔밥이었다?-누가 만드나

한국에서 출발하는 외국 항공기들은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나 다국적 기내식업체인 LSG에서 만든 기내식을 서빙한다. 한국 항공사들도 마찬가지다. 쉽게 말해서 파리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비빔밥은 프랑스 사람이 만든 비빔밥이란 소리다. 하지만 ‘달걀 지단을 몇 ㎜ 길이, 두께로 자른다’ ‘콩나물은 섭씨 몇 도씨 물에 몇 분 익힌다’ 등 꼼꼼한 메뉴얼에 따라 음식을 만든다. 그래서 한국에서 만든 비빔밥이나 프랑스에서 만든 비빔밥이나, 맛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도움말=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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