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의 있습니다" 딴지 거는 AI…진옥동의 파격 실험 통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양희동 기자I 2026.07.10 06:00:00

신한금융, 3~4일 하반기 경영 포럼서 ''AI 레드팀'' 첫선
14개 계열사 임원 300여명 35개 조로 나눠 조별 토론
토론마다 ''AI 레드팀'' 투입해 실시간 개별 평가 진행
하반기 신한 전 계열사 확대…금융권 전체 AX 확산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증권사로의 퇴직연금 머니무브와 관련해 본부장님이 제시한 은행의 대처 방법은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대안은 없습니까.”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신한은행 블루캠퍼스 강의실. 300여명의 임원들이 35개 조로 나눠 열띤 토론을 벌인 이날 행사는 예전과 달리 특별한 참석자가 등장했다. 바로 ‘AI레드팀’이다. 신한금융그룹이 직접 개발한 AI에이전트로,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는 지 참여자들의 발언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점검하는 AI다.

이날 ‘퇴직연금’ 관련 사업 전략에 대해 조별 토론을 벌인 신한은행의 한 임원은 “정말 진땀이 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I가 강의실 내 모든 참가자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평가한 뒤 문제점까지 바로 지적했기 때문이다. AI레드팀의 토론 피드백은 실시간으로 14개의 모든 강의실 전면 대형 모니터를 통해 참여 임원들에게 전달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4일 경기도 용인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4일 경기도 용인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
신한금융그룹 임원들이 AI 레드팀 도입의 효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낀 부분은 10분 단위로 시각화되는 ‘토론 참여율’이었다. AI 레드팀 프로그램은 사전에 학습한 토론 참가자 정보를 바탕으로 10분 단위로 임원들의 개별 토론 참여율을 그래프로 시각화해 보여줬다. 이로인해 토론에서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은 임원에 대해서는 토론 진행자가 “부행장님 AI가 분석하기로 현재 토론 참여율이 저조합니다”라고 알리며 참여를 독려했다.

AI레드팀 개발은 진옥동 회장의 AI에 대한 파격적 실험의 결과다. 신한금융은 진 회장이 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AI 레드팀 개발에 나섰다. 각 계열사별 과제 담당 실무자 50여명으로 구성된 경영포럼 워킹그룹(TF)은 약 두 달간 필요한 데이터, 에이전트 페르소나(AI 성격·말투·행동 규칙·권한 범위 부여), 프롬프트 등을 직접 설계했다. 그룹 역량을 축약해 단기간 내 실무 활용이 가능한 AI 에이전트로 구현한 AI 레드팀은 토론 참여자의 발언 내용을 평가하고, 계열사 및 팀도 평가한다. 아울러 핵심 성과 지표(KPI) 등 연초 계획과 회사 방향성을 제대로 반영했는지도 분석한다. 이용자 감정 상담 및 그룹 내 역할 자체 평가 등의 기능도 담고 있다.

토론에 참여했던 한 계열사 임원은 “기존 토론에서는 말을 하는 사람만 계속하게 되고, 특별히 발언할 부분이 없는 임원들은 토론을 듣기만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며 “이번 AI 레드팀 도입으로 발언을 하지 않으면 10분 단위로 참여율이 표시되니, 모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다른 임원들로부터 평소보다 많은 사업 관련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원 토론의 최종 결과는 AI가 취합·분석해 4일 진 회장과 계열사 CEO들이 이를 바탕으로 과제별 해결 방안을 재차 논의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AI 레드팀’은 내부 논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관성적 합의와 외부 시각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라며 “경영진은 자신들의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현장의 ‘토론 대시보드’를 통해 즉시 시각화해 눈으로 확인하며 토론에 임하고 AI가 제시한 반론과 대안이 더해지며 논의의 밀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인공지능 전환(AX)과 함께 올 하반기 전 계열사에 ‘AI 레드팀’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진옥동 회장은 AI 레드팀을 전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회장이 AI 레드팀을 전 계열사로 확대하기로 한 배경에는 ‘회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은행·보험 등 금융 전 영역 AX 확대

금융권이 최근 AX(AI시스템으로 전환)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신한금융을 포함한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농협)그룹은 물론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보험사 등이 전 영역에서 AX를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전 계열사 AI 레드팀 도입에 나서는 신한금융은 진 회장이 ‘인공지능 기반 기업(AI 네이티브 컴퍼니)’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또 KB금융그룹은 AI를 그룹 전반에 내재화하는 ‘KB with AI’ 전략을 추진하며 그룹 차원에서 미래전략부문을 신설, 전사 AX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핵심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이달 1일 출범시킨 ‘KB AI Dev(Development) 센터’를 통해 AI를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고 검증할 계획이다.

윤호영 대표가 ‘AI 네이티브 뱅크’ 전면 전환을 선언한 카카오뱅크는 모든 금융 서비스에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해 ‘비서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실제 카카오뱅크 앱에서는 송금과 정보검색, 계산 등 다양한 요청을 AI가 분석해 ‘대화형 AI 서비스’로 자동 연결한다. 고객이 “엄마한테 5000원 보내줘” 등 일상 언어로 요청하면 AI 이체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또 토스뱅크는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AI 기반의 ‘차세대 금융 상담 혁신서비스’를 통해, AI 상담 에이전트 서비스가 고객의 의도를 실시간 파악, 금융상품이나 맥락에 맞는 답변을 제공한다. 또 AI 기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과 사기 예방 시스템 운영도 강화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AI를 보상시스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고객 참여형 보상 시스템 ‘AI 로보텔러’을 접수부터 보험금 지급까지의 전 과정에 적용, 자동차 사고 접수 시 30분 이내에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초기 안내를 진행한다. 또 보험업계 최초로 ‘블랙박스 영상활용 AI 과실판정 시스템’을 도입, 5초 내 과실 결과(정확도 평균 92.4%) 및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