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관련 피해 및 징계를 두고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간 다툼이 커지면서 그 과정에서 법률대리나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법인에 큰 장(場)이 서고 있다. 금융회사와 금감원은 ‘소송 리스크’에 시달리고 가운데 법무법인만 특수를 누리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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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한 관계자는 “화우가 메인으로 김앤장이 서포트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손 회장이 제기한 취소소송의 피고인 금감원(장) 역시 중견 법무법인 충정을 법률대리인로 삼았다. 금감원에는 150명가량의 자체 변호사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격증만 소지하고 실제 소송 경험이 많지 않아 금감원은 외부 로펌의 도움을 구했다.
특히 금감원이 고심 끝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에 나서 추가 법률대리 수요도 발생할 전망이다. 금감원이 항소한 이상 양측은 2심 판결과 무관하게 대법원까지 가서 끝장을 볼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법률대리는 심급 대리(소송 대리인 대리권은 그 심급에만 한정)가 원칙이라 항소심에서는 로펌이 바뀔 수도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역시 하나은행장 시절 DFL 원금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은 중징계(문책경고) 처분을 두고 금감원을 상대로 취소소송을 벌이고 있다. 함 부회장은 중견 법무법인 케이에이치엘(KHL)과 한승의 조력을 받고 있다. KHL이 메인으로 방어막을 치고 있다. 함 부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소송에 나서고 있어 사비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소송에서 피고인 금감원은 법무법인 대륙아주를 법률대리인로 내세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부터 금융회사 제재 건에는 대형 로펌들이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관심이 많았다”며 “최고경영자(CEO)와 관련된 제제건은 더 그렇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CEO 역시 총력대응을 펼칠 수밖에 없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임기를 마친 뒤 3년간 금융권에 취업할 수 없다.
특히 퇴임 이후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현직 시절 바로 금감원과 소송전에 나서면서 힘겨루기의 강도 및 그에 따른 법률서비스 수요가 더 커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가령 파생상품 투자손실과 관련해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아 소송에 나섰던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과 일부 사외이사 재선임을 막기 위한 미공개 정보 유출 혐의로 중징계를 받아 법적 다툼을 벌인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 등은 모두 퇴직 후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한 경우다.
법적 다툼에 앞선 금융당국 징계 과정에서도 법률 자문 수요는 존재한다. 금감원 제재 단계인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도 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제재심이 제재 대상과 금감원 검사부서가 같은 자리에서 동등하게 진술 기회를 부여받는 대심제 방식으로 운영돼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DLF 사태에서는 은행 징계에 더해 불완전판매에 따른 은행의 손해배상비율을 정하는 분쟁조정까지 겹쳐 법률 수요가 더 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CEO 징계건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중징계가 확정된다면 추후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관련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CEO는 손태승 회장을 포함해 10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