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6개월째를 맞아 지난달 22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사용자·근로자가 직장 지위나 관계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2019년 7월 16일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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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에도 많은 직장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4.1%(341명)에 달했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모욕·명예훼손(23.4%), 부당지시(18.8%)를 당했다는 이들이 많았고, 심지어 폭행·폭언을 당했다고 답한 이들도 12.7%에 이르렀다.
응답자의 계약 상태나 직무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다르게 나타났다. 괴롭힘 경험 비율은 정규직(32.8%)보다 비정규직(36%)에서, 사무직(32.6%)보다 비사무직(35.6%)에서 높게 나타났고, 나이가 적을수록(20대 38.8%, 30대 35.9%, 40대 33.1%, 50~55세 27.3%)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하는 비율은 높아졌다.
또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 중에서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느낀 비율은 37.5%로 조사됐는데, ‘심각하다’고 응답한 이들은 여성(41.3%)이 남성(34.8%)보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57.1%)가 공공기관(33.3%)·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29.7%)보다 더 많았다. 직장갑질 119 측은 이를 “직장 약자들이 괴롭힘에 더 노출돼 있고, 괴롭힘 수준도 더 심각하다”고 해석했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들은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4.6%로 가장 많았고, 사용자(27.9%), 비슷한 직급 동료(15.8%) 순이었다. 그러나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닌 고객·민원인·거래처 직원(4.4%), 사용자 친인척(2.6%), 원청업체 관리자·직원(2.3%) 등 특수 관계인이 근로자를 괴롭히는 사례도 총 9.3%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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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전체 응답자 중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고 느끼는 응답은 54.4%(544명)로, 괴롭힘이 줄지 않았다는 응답(45.6%)보다 많았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이 줄지 않았다고 답하는 비율은 여성(50.8%), 20대(51.9%)·30대(52.6%), 비정규직(50%), 5인 미만 사업장(52.7%) 등 직장 약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높게 조사됐다.
직장인들은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대부분 회사나 정부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2.6%만 신고 경험이 있다고 밝혔는데, 신고 경험자 중에서도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또 직장인 69.2%는 신고를 이유로 징계·근무조건 악화(61.1%), 괴롭힘·따돌림(33.3%), 해고(5.6%) 등 직장에서의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인들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신고하지 못하고, 괴롭힘을 참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처벌 조항이 없고,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면 벌칙 조항이 있는데도 제도로 작동하지 않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은 현행법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전체 응답자의 86%는 ‘특수 관계인도 적용돼야 한다’는 데 답했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응답한 이들도 78.4%에 달했다. 또 ‘조치 의무 불이행에 처벌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전체의 80.2%에 이르렀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직장 내 괴롭힘은 비극적인 일이 생기기 전에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일인데, 국회가 그 기회를 또 놓치지 않길 바란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 개선이 속히 이뤄져 올해엔 직장인의 노동인권이 나아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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