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춘들이 욕 먹는 해외자원개발에 지원한 까닭

최훈길 기자I 2016.05.26 11:00:00

[가스전 현장 가다]미얀마 해상플랫폼 근무 포스코대우 직원 스토리텔링
미래 비전 고려해 매년 수십명 지원 경쟁
하루 12시간 군대 같은 일과보다 정책 불투명 더 고민돼

포스코대우가 운영권을 가진 미얀마 가스전 해상플랫폼.(사진=최훈길 기자)
[미얀마 짝퓨=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미얀마 육상으로부터 105km 떨어진 망망대해. 5월 17일, 내가 해상플랫폼에 온 지도 벌써 2년이 흘렀다. 해상플랫폼은 해저에서 가스를 찾아 캐낸 뒤 해저 배관으로 육상까지 보내는 곳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인 내가 이곳에서 맡은 임무는 해상플랫폼 기계를 손보는 일이다.

98명이 거주 중인 이곳에 한국인은 단 7명 뿐이다. 미국 등 17개국에서 온 해외자원개발 관련 엔지니어들이 대다수다. 해외 엔지니어들은 수십년 간 해외자원개발에 참여해 이쪽에 잔뼈가 굵다. 한국인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다. 우리는 해외 엔지니어들로부터 해외자원개발 탐사·시추·개발 기술과 운영·유지관리 방식 등을 도제식으로 배우고 있다.

이곳의 일과는 군대와 비슷하다. 아침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근무다. 나는 보통 5시에 일어난다. 주황색 작업복을 입고 오른쪽 가슴에 가스계측 기계, 왼쪽 가슴에 손목시계와 무전기를 단다. 이어 오전에는 팀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각자 맡은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오후 6시가 되면 야간 조와 교대를 한다. 때로는 팀장 호출로 6시 이후에 추가 근무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4주 근무하고 4주간 육지로 와서 쉬게 된다.

지금은 가스를 캐내는 개발 사업만 진행 중이다. 앞서 2013년에 가스를 찾고 구멍을 뚫는 탐사·시추 작업이 끝났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스를 캐내면 미얀마를 거쳐 중국까지 이어진 793km 가스배관을 통해 가스가 흘러간다. 이곳은 우리가 30년간 운영권을 가지고 있고 수익을 내고 있는 국내 유일한 가스전이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강조하는 건 ‘안전’이다. 한 명의 안전사고로 전체 해상플랫폼이 마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상플랫폼 곳곳에 가스, 연기, 불, 열을 확인하는 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화장실 소변기 앞에는 ‘Keep water’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4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탈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수분 흡수는 필수적이다.

사실 고민은 심리적 부분이 많다. 수십일 간 가족과 떨어져 해상플랫폼에 있다 보니 솔직히 외롭다. 지난 2년간 외부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도 좋지 않다. 묵묵히 일해왔을 뿐인데 죄인처럼 대우 받는 느낌이다. 앞으로 해외자원개발 정책이 어떻게 될지도 불투명하다.

그래도 앞으로 몇 년 간 이곳에서 보내야 한다. 회사는 이곳에서 5년 이상 머물게 해 해외자원개발 사업 ‘새싹’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인 사업 비전, 좋은 인센티브, 기술 경험 기회 덕분에 매년 수십 여명의 20~30대 직원들이 이곳을 지원한다. 일희일비할수록 손해다. 내가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다. 이곳은 나의 30대 젊은 시절을 보내는 곳이다.

*이 기사는 미얀마에서 근무 중인 포스코대우 직원들을 인터뷰 한 기사를 1인칭 시점으로 바꿔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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