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당직은 근로행위..병원, 시간외수당 지급해야"

천승현 기자I 2013.06.14 15:28:59

대전지방법원 "건양대병원, 전공의에 3344만원 지급" 판결
당직근무 수당 미지급 관행 제동..집단소송 가능성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법원이 전공의들의 당직 근무에 대해 정당한 수당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병원이 근무가 아니라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병원과 전공의간의 시간외수당 지급 여부를 다투는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급 법원의 결정에 따라 1만여명 전공의들의 집단 소송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공의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자격시험에 합격한 이후 병원에서 3~5년 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근무하는 인턴, 레지던트를 말한다.

대전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지난 13일 최 모(27)씨가 건양대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 측이 최 씨에게 3344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씨가 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10개월 동안의 당직수당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 씨는 2010년 2월부터 10개월동안 건양대학교 부설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했고 급여로 총 2914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198일 동안 당직근무를 하면서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을 정상적으로 받지 못했다며 병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건양대병원은 전공의의 일과 시간 이외에 해당하는 야간 및 휴일근로시간을 일과외 수련시간으로 보고 평일 당직은 1일 1만5000원, 휴일 당직은 1일 2만원을 당직비 명목으로 최 씨에게 지급했다.

특히 병원 측은 전공의와 병원 사이에는 포괄임금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추가 당직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병원과 최 씨간의 포괄임금약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병원이 전공의를 고용할 때 별도의 계약서 없이 임금을 책정, 지급하는 관행을 포괄임금약정에 합의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포괄임금계약을 인정하더라도 병원은 전공의에게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각종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게 재판부의 결정이다.

재판부는 전공의는 당직 근무 기간에 병원 인근 지역에서 대기하다가 수시로 해당 과에서 호출이 오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한 사실을 비춰보면 전공의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정상적인 근무를 했다고 인정했다. 연장근로, 휴일근로에 대해 각 당직일마다 12시간의 근로를 기준으로 한 각종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병원 측이 최 씨에게 평일 당직 134일, 토요일 당직 30일, 휴일 당직 34일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최 씨의 통상임금을 토대로 병원이 최 씨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수당을 3344만원으로 산정했다.

그동안 병원이 전공의에게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시간외 수당을 적정하게 지불하지 않은 관행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상급법원의 최종 심판에 따라 전공의들의 집단 소송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병원에서 근무중인 전공의는 1만70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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