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대개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길 바란다. 그러나 공모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인식이 퍼지면 투자자들의 청약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상했던 자금이 유입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설사 자금이 풍족하게 유입됐다고 해도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공모가가 낮을수록 유리해지는가. 아니다. 물론 상장 첫 날 수요가 몰려 주가가 상승세를 탈 수는 있다. 하지만 공모물량을 받은 투자자들이 매매차익을 얻자고 매도에 나서게 되면 주가는 다시 떨어질 수 있다. 공모가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투자전쟁에 새총을 들고 나갈 것인가, 발칸포를 들고 나갈 것인가.’ 도전적인 발언이 급박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발칸포는 ‘공시’다. 경제기자 출신으로 현재 글로벌모니터에서 한국경제 담당 에디터로 있는 저자 김수헌이 애널리스트 한은미와 만나, 공시란 프리즘으로 기업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경영활동의 낱낱을 이해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공시는 상장기업이 시시각각 발생하는 중요한 경영활동 내용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제도. 주주와 채권자, 투자자 모두에게 같은 시간에 똑같이 내놓는 정보지만 사실 받아들이는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저자들의 의도는 여기에 있다. 공시를 제대로 모르고 투자하는 건 무기 없이 전쟁터로 나가는 것이란 전제다. 매일 쏟아지는 공시자료에 따라 해당기업의 주가가 출렁이고 시장이 요동친다는 것을 안다면 말이다.
책은 공시가 기업경영에 가져오는 변화, 금융이나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 또 언론에서 분석·진단하는 공시내용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기업 인수·합병, 최대주주의 교체, 적대적 M&A 세력의 공격 등등이 가진 의미를 파악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이면까지 꿰뚫어 볼 것을 권한다. 기업들이 악용하는 공시제도 말이다. 유상감자로 상속세를 마련한 기업 일가, 전환사채로 손실을 면하려던 대주주, 경영권 승계를 쉽게 만들려 한 기업분할 등이 그것이다.
투기와 투자의 차이를 투자대상을 알고 하느냐 모르고 하느냐에 뒀다. 투자는 결국 기업분석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더니 공시가 있더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