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0 개막에 앞서 진행한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 때문.
전야제를 방불케 하는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플랫폼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를 공개했다.
그런데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행사장을 나갈 때 행사장 화면에는 묘한 여운을 남기는 문구가 등장했다.
바로 `에피소드 2를 기대해달라`는 문구였다. 바다와 웨이브폰을 공개한 것은 `에피소드 1`이고, 또 다른 혁신 제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암시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에피소드 2는 생각보다 빨리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통신전시회 `CTIA 2010`에서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갤럭시 S`를 공개했다.
갤럭시 S는 현존하는 스마트폰 중 최고 사양을 자랑한다. OS로는 안드로이드의 최신 버전인 2.1이 탑재됐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작은 경쟁사에 비해 늦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작이 늦은 만큼 경쟁사를 빠르게 따라잡고자 전사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다.
◇ `아! 늦었다`…스마트폰에 뒤통수 맞은 삼성·LG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강자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점유율 20%로 노키아에 이은 글로벌 2위 업체이며, LG전자(066570)는 지난해 모토로라를 밀어내고 글로벌 3위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가 극심했던 지난해 글로벌 점유율을 끌어올렸다는 점을 높이 살만하다.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의 지난해 점유율은 30%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부상하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5% 언저리에서 허덕거리고 있으며, LG전자의 점유율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2년 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 국내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시장은 아직 이르다"고 반응했다. 또 "일반 휴대전화의 영역을 갖지 못한 `아이폰`의 한계는 분명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시장을 과소평가했고 방심했던 것. 한순간의 판단 잘못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부진을 가져온 것이다.
물론 애플의 아이폰은 주류에 들어가는 제품이라고 할 수 없다. 애플은 전통적인 휴대전화 제조사가 아니며 수익모델도 제품 판매보다 애플리케이션 판매로 얻는 등 기존 개념과는 다른 제품이다.
아이폰에 열광하는 계층도 한정돼 있다. `아이폰`이 히트상품임에는 분명하지만, 지난해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2.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국내 제조사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아이폰 열풍에 따른 휴대전화 시장의 지각변동 조짐이다. 아이폰 출시 이후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은 스마트폰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국내 제조사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스마트폰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LG전자에 스마트폰 중심의 시장은 더욱 냉혹하다. 지난해 4분기 휴대전화 비중이 절대적인 LG전자 MC사업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3%였다. 이는 흑자전환 이후 최악의 영업이익률이다.
◇ `이제 시작이다`…삼성·LG, 안드로이드 집중해 반격 노린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의 시장이다.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집중하는 부분은 바로 안드로이드 OS. 안드로이드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만든 구글의 모바일용 오픈 OS다. 오픈 OS이기 때문에 제조사가 원하는 대로 OS의 일정 부분을 제외하거나 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피카`, `모먼트` 등의 안드로이드폰을 시장에 선보였다. 아울러 최근 최신 안드로이드 2.1버전을 탑재한 `갤럭시 S`를 미국에서 공개했다. 국내 안드로이드 상표권까지 획득하며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국내에 `안드로-1`을 출시했다. 시장의 평가는 다소 냉담했다. 안드로이드 구 버전인 1.5 적용과 낮은 기기 스펙 등이 문제였다.
하지만 LG전자는 `안드로-1`을 통해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나 다름없다.
LG전자는 조만간 안드로이드 OS를 적용한 스마트폰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의 두 번째 안드로이드폰 `이클립스(프로젝트명)`에는 안드로이드 버전 2.1, 3.5인치 LCD 패널, 쿼티(QWERTY) 자판, 1GHz 퀄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 등이 적용된다.
기존 제품의 단점을 모두 갈아 엎은 제품인 셈이다.
국내 제조사가 안드로이드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안드로이드 마켓`. 안드로이드 마켓은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장터로 현재 약 3만개 정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중 애플, RIM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조만간 양적인 부분에서도 안드로이드 마켓이 애플의 `앱스토어`를 제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업계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제조사는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함으로써 약점이라고 평가받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삼성 "자체 OS 성공 자신" vs LG "자체 OS 당분간 안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은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세워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다른 부분, 특히 OS 부분에서는 상당한 전략적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0에서 자체 개발한 OS `바다`를 전격 공개했다.
이전까지는 바다를 개발한다는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 외에 뚜렷한 실체가 없어 많은 의구심을 사기도 했던 문제의 OS다.
바다의 개발을 지휘해 온 이호수 삼성전자 MSC 부사장은 "내부적으로 2년 전 MSC를 만들고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려고 노력해왔다"며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사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많이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MSC는 자체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등을 개발하고자 2008년 만들어진 삼성전자 내부 조직이다. 자체 개발한 OS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표명한 것.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되는 스마트폰 제품부터 바다 OS 탑재 비율을 점차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반면 LG전자는 앞으로 2~3년간 자체 OS는 개발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안승권 사장은 "앞으로 1~2년 정도는 애플 OS, 윈도 모바일, 안드로이드 등 기존 OS 외에는 시장에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체 플랫폼의 전망이 좋지 않아 앞으로 2~3년간 자체 플랫폼이나 OS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슷한 듯 다른 스마트폰 전략으로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삼성전자와 LG전자. 이들이 일반 휴대전화 시장에서 보여준 저력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보여줄지에 글로벌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