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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 왜 오르나

윤진섭 기자I 2006.01.16 13:56:16

강남 개포·은마·잠실주공 5단지 등 이상급등
지방선거·정책 혼선 속 막연한 기대감이 원인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용적률과 층고제한 완화가 무산되는 등 잇따른 악재 속에서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세금 중과와 기반시설부담금 등을 골자로 한 8.31대책 후속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매물이 늘면서 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이런 기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악재가 이미 반영됐고 서울시의회의 용적률과 층고규제 완화 과정에서 불거진 막연한 상승심리와 지방선거를 전후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재건축 가격을 부추기고 있다고 풀이한다. 

◇규제완화 무산 등 악재에도 재건축 호가 상승 = 16일 주택업계와 부동산정보업계에 따르면 최근 용적률 상향조정 검토의 영향으로 가격이 올랐던 아파트들이 이들 재료의 약발이 사라진 이후에도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는 최근 재건축 기본계획이 확정돼 용적률이 230%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조합 추진위가 추진했던 상업지구 용도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악재 속에서도 잠실주공 5단지 호가는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34평형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9억4000만원선이었지만 지금은 9억8000만~10억원을 호가한다.

강남구 개포지구의 경우 강남구청이 제시한 177%의 용적률에 대해 조합이 심의보류를 요청하는 등 사업이 난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공1단지 15평형은 현재 6억8000만~6억9000만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말 대비 3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지방선거 앞두고 규제완화 기대감 = 전문가들과 현장 중개업자들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이유로 용적률 완화 과정에서 불거진 정책 혼선을 첫손에 꼽고 있다. 

건교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불허 입장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회를 중심으로 한 규제 완화 추진 등이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영구 알젠팀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주택가격의 하방경직성과 주택정책의 불협화음 등으로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8.31 대책에 따른 각종 악재가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반영된 것도 강세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강남구 개포동 남도공인 관계자는 “8.31 대책과 관련한 악재는 이미 다 나왔고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가격에 반영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책이 모두 공개돼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수요가 몰려 호가가 뛰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규제가 일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일부 투자자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들이 5월 지방 선거 때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함 팀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거품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기대감이 이 같은 악재를 상쇄하는 것은 물론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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