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더블위칭데이 이후 한동안 바닥권을 기었던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12월 더블위칭데이를 앞두고 3개월여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8일 선물시장이 강세를 보이며 시장 베이시스와 괴리율이 동시에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667억원 매수차익거래가 신규 유입돼 잔고가 2700억원(비공식 집계)을 넘었다. 이는 지난 9월14일 2837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선물을 순매수하면서 연말 "스몰 랠리(small rally)"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 불투명한 전망으로 인해 자칫 3000억원에 이르는 매수차익거래잔고가 매물부담으로 돌변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오는 14일이 더블위칭데이로 영업일 기준으로 불과 3일 밖에 남지 않아 부담은 더 크게 와 닿는 상황이다.
◇진정한(?) 매수차익물량은 1000억~1500억원 수준
실제 매수차익거래잔고가 2700억원을 넘는다고 하지만 매수차익거래에 가담할 당시 시장 베이시스에 따라 매물화되는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시장 베이시스와 괴리율이 플러스인 "콘탱고" 상태에서 유입된 매수차익거래라면 추가 상승시 롤오버하거나 하락시 언제든 이익을 내고 청산할 수 있다. 그만큼 "행동 반경"이 넓다는 의미다.
반대로 백워데이션 상태에서 현-선물간 베이시스를 노리고 투기적으로 들어온 매수차익거래일 경우엔 지수가 하락해 당시 베이시스 이상으로 마이너스 폭이 커지지 않으면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손해 본 상태에서 롤오버도 쉽지 않다.
심상범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비공식적으로 계산해 본 결과 2700억원 정도의 매수차익거래잔고 중 1000억~1500억원은 플러스 베이시스에서, 나머지 1200~1700억원은 마이너스 베이시스에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만기일 외에는 매물부담 크지 않을 듯
매물부담은 만기일 전까지 거래소시장의 동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수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만기일에 매물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고 하락하면 만기일 전에 대부분 매물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예상외로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수가 추가로 상승하면 플러스 베이시스에 들어온 차익잔고물량은 대부분 롤오버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마이너스 베이시스에 들어온 물량은 손실이 점점 커지기 때문에 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 만기일을 손절매 타이밍으로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상범 선임연구원은 "역베이시스에서 들어온 물량은 롤오버해도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만기일을 손절매 적기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 때 물량이 집중되더라도 대부분 신규 매수차익거래로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다음 주 월요일 소폭 조정과정에서 일부 매물이 풀리고 이후 지수가 상승해 나머지는 만기일에 매물로 나오는 것이다.
배원영 SK증권 선물옵션팀 과장은 "나흘간 이미 상승했기 때문에 월요일에 지수 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제한 뒤 "이 때 기관이 상당수 물량을 청산하면 그후 지수가 상승하더라도 만기일에 부담이 적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3월물 거래량/베이시스도 변수될 것
매수차익거래 잔고의 절반 이상이 부담없이 롤오버될 것을 기대한다면 3월물의 거래량과 베이시스 추이를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3월물 베이시스가 플러스로 콘탱고 유지된다면 향후 추세전환 기대로 롤오버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배원영 과장은 "이날 3월물은 거래량이 580계약 정도에 머물렀고 저평가 정도도 심했다"며 "월요일이나 화요일쯤 거래가 본격화될 때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베이시스가 플러스를 유지한다면 만기일에도 매물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즉 플러스 베이시스에 들어온 1000억~1500억원 정도는 만기일까지 일체 청산되지 않고 고스란히 롤오버돼 잔고 부담이 절반 정도로 축소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