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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이나 기다리다 탈퇴한 조합원, 위약금은 얼마일까[판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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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현 기자I 2026.07.11 12:30:03

■의미있는 최신 판례 공부방(82)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 후 사업계획승인 8년만…중간 탈퇴 조합원에 위약금
대법 "사업 지연만으론 위약금 면제 불가…배정 전엔 1층 분담금 기준"
지주택 가입 전 위약금 규모 계산해야…해산총회가 출구인 경우도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아파트를 8년 동안 기다렸다. 지역주택조합이 설립인가를 받고도 사업계획승인을 받기까지 그만큼 걸렸다. 그 사이 지쳐서 조합원 자격을 잃은 사람들에게 조합은 위약금을 청구했다. 늦어진 쪽은 조합인데, 왜 나간 조합원이 위약금을 물어야 할까? 물어야 한다면 그 금액은 무엇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할까?

(사진=나노바나나)
(사진=나노바나나)
대법원은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사업이 지연됐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약금을 면할 수 없고, 아파트 동·호수를 배정받기 전에 나갔다면 위약금은 가장 싼 1층의 분담금 총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5다213488 판결).

천안의 한 지역주택조합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조합원들은 새로 지을 아파트를 공급받기로 하고 조합가입계약을 맺었다. 동·호수는 사업계획승인 뒤 공개추첨으로 정하기로 했고, 분담금 총액은 배정받는 층에 따라 달랐다. 1층이 가장 싸고 기준층(4층 이상)이 가장 비싸다. 층이 달라도 계약금과 중도금은 같고 잔금 액수만 차이가 났다. 계약서와 조합규약에는 조합원 자격을 잃거나 탈퇴하면 ‘조합원분담금 총 약정금의 10%’를 위약금으로 떼고 환불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조합은 2015년 12월 설립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사업이 좀처럼 진척되지 않자, 여러 조합원이 계약금도 다 내지 않은 채 세대주 지위를 넘기거나 집을 사는 방법으로 자격을 상실했다. 조합은 이들을 상대로 밀린 분담금과 위약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사업계획승인은 소송이 진행되던 2024년 4월에야 났다.

항소심은 두 가지 쟁점에서 조합원들에게 유리하게 판단했다. 먼저 동·호수 배정 전에는 분담금 총액이 얼마인지 알 수 없으니, 뜻이 불분명한 약관은 그것을 제시받은 고객(여기서는 조합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들어 위약금의 기준 금액을 ‘자격 상실 당시 이미 낼 때가 된 분담금’으로 좁혀 잡았다. 나아가 설립인가 후 3년 안에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했다면 그 뒤에 나간 조합원에게는 아예 위약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두 판단을 모두 뒤집었다. 첫째, 위약금 조항의 ‘총 약정금’은 문언 그대로 약정한 금액 전체이지 낼 때가 된 금액이 아니다. 이런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 곧 계약을 어겼을 때 물어낼 금액을 미리 정해 두는 약속으로 추정된다(민법 제398조 제4항). 여기에는 손해액을 일일이 따지는 분쟁을 막는 기능과 함께, 물어낼 금액을 미리 알려 계약을 지키게 하는 경고 기능이 있다. 지나치게 적은 금액으로 해석하면 이 목적에 어긋난다. 다만 배정 전에는 1층부터 기준층까지 어느 층이 될지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조합원에게 유리하게 가장 싼 1층 분담금 총액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둘째, 위약금을 면하려면 조합원이 자기에게 책임 없는 사유를 증명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성격상 지연이 흔하고 이 사업은 늦게나마 승인까지 받아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항소심이 근거로 삼은 주택법 제14조의2는 3년 안에 승인을 받지 못하면 총회를 열어 해산 여부를 결정하라는 조항이지 3년이 지나면 위약금 책임을 면해준다는 조항이 아니다. 대법원은 3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위약금이 면제된다면 조합원 이탈이 늘어 사업 실패를 부르고 그 피해가 남아 있는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지적했다.

뜻이 불분명한 약관을 고객에게 유리하게 읽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법원은 그 원칙이 위약금을 사실상 없애는 해석까지 허용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유리한 해석도 계약이 정해 둔 선택지에서 가장 낮은 금액까지만 고를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고민한다면 계약서의 환불·위약금 조항부터 찾아 위약금을 계산해 보자. 이번 판결에 따르면 동·호수 배정 전이라도 위약금은 1층 분담금 총액의 10%다. 1층 분담금 총액이 4억원이라면 계약금 일부만 낸 상태에서 나가도 4천만원을 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가입한 조합원이라면 사업이 늦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약금을 피할 수 없다. 사업을 접으려면 해산총회 의결을 거쳐야지, 개별로 탈퇴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조합원 다수가 뜻을 모으면 위약금 없이 사업을 정리할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후 오래 기다렸다고 위약금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탈퇴 전에 위약금부터 꼭 확인하자.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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