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4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4.2% 올랐다. 지난 2월(4.8%) 10개월 만에 4%대로 떨어진 데 이어 2개월 연속 내림세로, 작년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물가는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상승폭은 둔화해 왔으나 올 1월까지 꾸준히 5%대에 머무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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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데는 석유류 가격이 내려간 영향이 컸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2% 하락하며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려 앉았다. 국제 유가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휘발유(-17.5%)와 경유(-15.0%), 자동차용LPG(-8.8%) 등이 모두 두 자릿수 비율로 하락했다.
가공식품은 9.1% 올라 여전히 상승률이 높았지만, 전월(10.4%)보다는 오름세가 둔화했다. 이로 인해 공업제품(가공식품·석유류)은 2월 5.1%에서 3월 2.9%로 상승 폭이 줄었다.
반면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3.0% 올라 전월(1.1%)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농산물이 4.7% 올랐고 특히 채소류 가격은 작황 부진 탓에 양파(60.1%), 풋고추(46.2%), 오이(31.5%), 파(29.0%) 등을 중심으로 13.8% 급등했다. 축산물은 대규모 판촉 행사로 인한 쇠고기 가격 하락세에 1.5% 내려갔고, 수산물은 고등어(14.0%) 등이 상승하면서 7.3% 올랐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비율로 하락한 게 전체 물가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면서 “채소는 기상상황 등 작황 여부에 따라서 등락이 심한 항목이고, 시설 채소의 경우 난방비 등 상승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기·가스·수도는 2월에 이어 3월도 전년 동월 대비 28.4% 상승하며 2010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이어갔다. 공공서비스는 전월과 같았고, 개인서비스는 외식 물가(7.4%) 위주로 0.4%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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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세를 따라가지 않고 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4.8% 올라 2월과 같은 상승폭을 유지했다. 이 지수의 상승률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것은 각각 2021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4.0%로 2개월째 동일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의 예민성이 큰 144개 품목으로 구성한 생활 물가는 4.4% 올랐다. 식품 이외의 품목(2.8%)이 상대적으로 안정되며 2월(2.4%)보다 소폭 감소하긴 했으나, 국민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의미다.
김 심의관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 흐름이 둔화되고 있다고 보이고, 작년 상반기 많이 상승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에 안정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면서도 “공공요금 인상 요인과 국제 원자재 가격, 여전히 높은 수준의 서비스 부분의 가격 하락 여부 등 불확실한 요인이 상존한다”고 전망했다.
정부 역시 물가 안정 흐름이 가시화됐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변동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근원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최근 서비스 및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 국제에너지 가격 연동성 등을 고려하면 아직 물가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주요 품목별 가격 동향을 면밀히 관리하는 한편, 주요 식품원료에 대한 할당관세와 생계비 등의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물가 안정 기조가 조기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