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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는 특정 제품·서비스가 성숙 단계에 접어드는 과정에서 특정 기업이 주도적인 위치에 놓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전자제품 충전 단자는 제조사나 제품에 따라 마이크로 5핀과 라이트닝 8핀, USB-C타입 등이 널리 쓰였으나 차츰 데이터 전송 속도에 강점이 있는 USB-C타입 사용이 늘었고, 국표원은 지난해 11월 이를 국가표준(KS)으로 제정하며 이 같은 추세를 공고히 한 바 있다.
국표원은 이 같은 목표 아래 자율주행 레벨이나 AI 윤리 가이드라인, 지능형 반도체 소자 성능평가, 태양광 모듈이나 수소·연료전지 성능평가기준이나 사용 후 전지 품질기준도 표준화해나갈 방침이다. 국표원 스스로 올해를 KS 디지털 전환 원년으로 삼고 KS 자체의 데이터의 개방성을 늘리고 AI 산업 활용도도 높일 계획이다.
국표원은 또 국내 중소기업이 우수 기술을 표준화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당 기업에 대한 표준개발을 지원하고 인증제도를 합리화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당장 연내 우수 기술 보유기업 40곳의 국제표준화를 지원하는 매치업 사업을 추진한다. 또 KS인증제도도 정기심사 주기를 연장하는 등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형태로 개편한다.
이와 함께 국제표준화기구(ISO) 내 주요 정책결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미국·독일 등 기술선도국과의 정례 협력채널도 강화한다.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통해 아세안(동남아)·아프리카·중남미 신흥국에 우리나라 표준체계를 전수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국제표준화 정책의 룰 세터(rule-setter)로서 우리 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한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는 지난해 9월 국표원과의 협력 아래 한국인 최초로 ISO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ISO는 1947년 출범해 70여년 간 2만4000여 건의 국제표준을 만든 국제기구다. 조 회장 내정자는 지난해부터 회장 당선자로서 이미 국내외 활동을 시작했으마 2024~2025년 2년간 ISO 회장으로서 공식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상훈 국표원 원장은 “표준화 정책 강화로 세계 시장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우리 산업 수출 확대를 도울 것”이라며 “국표원 스스로 한국 표준화 플랫폼으로서 기업·국민 중심의 표준화를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