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FTX 최고경영자(CEO)인 존 레이 3세는 1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법원에 제출한 파산보호 관련 서류를 통해 “기존 경영진이 시스템에 대한 통제에 미흡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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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3위 규모였던 가상자산거래소 FTX는 유동성 위기에 몰린 끝에 지난 11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와 함께 ‘코인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던 30살 코인 갑부 샘 뱅크먼-프리드 FTX 설립자 겸 CEO는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법률 및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인 레이 3세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레이 3세는 2001년 역사적인 파산 스캔들로 일컬어지는 엔론 사태를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주요 외신들은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담긴 레이 3세의 FTX에 대한 평가 및 세부 내용을 전하면서 “뱅크먼-프리드가 회사를 이끌 당시에 재무, 회계, 리더십과 관련한 혼란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결함이 있는 회계, 독립적인 감사시스템 및 체계적인 지출시스템 부재 등 FTX의 재무상태와 기업통제가 얼마나 부실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도 일부 확인됐다.
레이 3세는 FTX와 유동성 위기의 진원으로 꼽히는 알라메다 리서치 등을 두고 “대차대조표의 정확성을 자신할 수 없다. 이해 관계자나 법원, 실사를 진행하는 외부 감사 등도 이 지표에 의존해선 안된다고 본다. 이곳처럼 신뢰할 만한 재무 정보가 전혀 없는 곳은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이어 “극소수 개인들의 손에 회사 통제권이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FTX는 회사 자금을 바하마에 있는 직원들을 위한 주택, 개인 용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 직원들은 대출과 관련한 내부 서류 없이 자유롭게 돈을 받아 썼고, 승인은 온라인 채팅으로 이뤄졌다.
이와 관련, 레이 3세는 “뱅크먼-프리드는 자동으로 삭제되는 대화 플랫폼을 자주 사용했고, 직원들에게도 같은 방식을 권했다. 이 때문에 중요한 회사 결정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포렌식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뱅크먼-프리드 등 경영진이 FTX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였던 투자계열 회사 알라메다 리서치로부터 41억달러(약 5조 5000억원)을 대출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레이 3세는 전했다. 이중 33억달러(약 4조 4100억원)가 뱅크먼-프리드 개인 또는 그가 관리하는 법인과 관련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부연했다.
내부 보안 등과 관련해서도 제대로 된 체계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FTX 경영진과 직원들은 보안이 미비한 그룹 이메일을 통해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했고, 고객자금 유용을 감추기 위해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직원들의 전체 명단조차 준비돼 있지 않을 정도로 인사시스템도 엉망이었다. 레이 3세는 이러한 관행들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FTX는 파산보호 신청 당시 FTX 인터내셔널, FTX US, 알라메다의 총자산 및 부채가 각각 100억~500억달러(약 13조 3800억~66조 8900억원)로 추정되며, 채권자는 10만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FTX 변호인단은 지난 14일 법원 제출 문서를 업데이트하며 실제 채권자는 100만명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또 레이 3세는 FTX가 보유한 암호화폐 자산의 공정가치는 9월 30일 현재 65만 9000달러(약 8억 8200만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