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으로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으면서 철강업계는 30만톤(t) 이상의 철강재를 출하하지 못했다. 시멘트업계는 600억원 이상의 제품 미출하 금전 피해가 발생했다.
완성차업계는 불안정한 차량 부품 수급으로 일부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타이어업계도 제품을 출하하지 못한 채 재고 물량으로 수출 물량을 감당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애꿎은 소비자 피해가 확산하고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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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에서는 지난 7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먼저 철강과 석유화학업계가 출하량 감소 직격탄을 맞고 있다. 철강업계는 긴급재 운송을 위한 대체차량 동원과 해송(선박)이나 철송(철도)으로의 출하 전환을 타진하고 있지만 육송 비중이 워낙 큰 탓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포스코는 이번 파업으로 매일 3만 5000t의 철강재 육송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 현대제철 또한 포항공장 9000t을 포함해 당진·인천·순천·울산공장 등 전국 공장에서 매일 총 4만t의 물량을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철강재는 건설과 자동차, 조선, 전자 등 다양한 제조업에 활용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울산과 여수, 대산 등 주요 석유화학단지에서는 그동안 하루 평균 7만4000t의 석유화학 제품이 출하됐지만 이번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출하량이 7400t으로 90% 급감했다. 시멘트업계는 600억원 이상의 금전 손실을 입었다. 시멘트업계는 평상시 하루에 약 18만t을 출하해야 하지만 화물연대 봉쇄 등으로 1만 8000t가량만 출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의 미출하에 따른 피해 금액은 하루 150억원 규모로 지난 10일까지 총 4일간 누적 손실 규모는 609억원에 달한다.
건설업계도 유탄을 맞기 직전이다. 철근, 시멘트 등 주요 건자재 수급이 막힌 탓이다. 화물연대의 파업 전 미리 비축해뒀던 자재도 이번 주부터 바닥을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 자재가 없어 공사를 멈추는 현장이 나올 수 있다.
완성차업체는 일부 차량 생산 차질과 탁송에 문제가 생겼다.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팰리세이드 등 주력 차종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가동률은 50%로 떨어졌다. 울산공장은 하루 평균 차량 5000~6000대를 만든다. 기아는 아직 차량 부품 수급에 문제는 없지만 완성된 차량의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기아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차량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받아 직원들이 번호판이 없는 차량을 직접 운송하기도 했다.
타이어업계는 제품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7일부터 광주와 평택, 곡성공장에서 생산한 타이어의 거의 대부분을 부산과 광양항으로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금산공장에서 평상시의 50%, 대전공장에서는 평상시의 30% 가량만 제품을 출하하고 있다.
◇화주 피해 사례도 속출…수출 관련 피해 ‘최다’
화주들의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협회에 접수된 화물연대 파업 관련 애로사항은 155건(누적 기준)이다. 이중 수출관련 애로가 102건(65.8%)으로 가장 많았다.
일례로 삼계탕과 오리털을 생산해 수출하는 한 수출업체는 생산 직후 출고시켜야 하는 오리털의 특성상 사흘간 6000만원 상당의 미출고 피해가 발생했다. 철도차량 부품을 수출하는 무역업체는 중국에서 들여온 화물을 인천항에서 반입하지 못해 생산라인이 중단되면서 최대 수십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정부와 화물연대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추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화물차 과속과 운전자 과로를 막기 위한 최저 운임인 안전운임제 존폐와 개선 주체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12일 오후 2시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물류파업 종료를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전날에도 10시간 반 동안 마라톤 협상을 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양측은 지난 7일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이후 네 번째 만남을 가졌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겠다고 밝히고 있는데도 화물연대가 장기간 운송거부를 이어가는 것은 국가물류를 볼모로 하는 극단적인 투쟁에 불과하다”며 “화물연대는 집단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