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산업은 오픈이노베이션이란 개념이 등장하기도 전에 이미 이를 활발히 실천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미국 화이자는 1980년대부터 인수·합병과 기술도입 등 다양한 방식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시도해왔다. 특히 2000년 워너램버트 인수는 화이자가 글로벌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화이자는 이후에도 파마시아(2003년), 와이어스(2009년), 호스피라(2015년), 메디베이션(2016년)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키웠다.
미국 로슈는 UC샌프란시스코 교내 벤처였던 제넨텍 인수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허셉틴’(유방암), ‘리툭산’(혈액암), ‘아바스틴’(대장암) 등 현재 로슈가 보유한 표적항암제 3총사가 모두 제넨텍이 개발한 의약품이다. 미국 길리어드 역시 파마셋을 인수한 후 ‘소발디’ ‘하보니’ 등 간염치료제 라인업을 강화할 수 있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오픈이노베이션이 성과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유한양행이 지난달 미국 얀센바이오텍과 12억 5500만달러(약 1조 4030억원) 규모로 표적항암제인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 특히 이번에 수출키로 한 기술은 유한양행이 바이오벤처인 오스코텍으로부터 2015년 당시 계약금 10억원을 주고 사들인 신약후보물질이었다. 10억원에 사들인 기술이 3년여만에 1400배 가치로 돌아온 셈이다.
유한양행 외에도 오픈이노베이션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GC녹십자셀은 지난 7월 미국 리미나투스파마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환자 맞춤형 면역항암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부광약품은 5.4% 지분을 보유한 오르카파마가 글로벌 제약사 릴리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총 330억원의 투자수익을 확보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이 오픈이노베이션으로 거둔 성과는 다른 산업분야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8대 주력 수출품목 중 3년 후에 선박만 유일하게 글로벌 경쟁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우리나라 산업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글로벌 경쟁력 우위를 가진 무선통신기기와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선박 등 4개 분야와 관련, 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는 3년 후 중국에 추월당하는 한편, 철강·석유제품은 3년 후 중국과 경쟁력이 비슷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등 국가와 비교해 자원이 부족하고 시장이 작은 등 열세에 있다. 여기에 기술력마저 수년 내 중국 등에 상당수 추월당할 위기에 놓였다. 제약·바이오산업에서의 오픈이노베이션 성공사례가 국내 다양한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