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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마크 워커는 왜 '시작'이라고 했을까

성문재 기자I 2016.05.19 10:08:05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시작 단계다.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 지난 18일 오후 해외 선주들과 약 4시간 가량 협상을 벌이고 나온 마크 워커 파이낸셜어드바이저(투자자문)가 던진 첫 말이다. 그는 취재진의 이어지는 질문을 뒤로 하고 별다른 대꾸 없이 현장을 빠져나갔다. 수개월여 동안 현대상선(011200)의 자구 노력을 지켜보고 용선료 협상을 취재해온 입장에서는 최종 담판 격인 이날 협상 뒤 그의 첫마디 말에 순간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크 워커 투자자문은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대리인 역할을 맡아 지난 2월부터 3개월여간 전세계 선주들을 만나왔고 상당한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작’이라는 그의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유다.

이날 오후 2시께 시작한 협상은 6시 종료됐고 워커 투자자문이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빌딩 서관 1층 로비에 나타난 것은 30분이 지나서였다. 이 사이 해외 선주들과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하 주차장을 통해 건물을 빠져나갔다. 워커와 현대 측은 취재진 앞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 지 고민했다. 그만큼 본인의 한마디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나온 첫 마디가 “시작이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혼란의 연속이었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다시 시작하겠다’는 말인지 아니면 협상이 잘 끝나 현대상선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단기외채 상환 유예를 이끌어낸 마크 워커가 말한 ‘시작’은 무슨 의미일까? 곱씹어 보면 결론을 위한 마무리 작업이 ‘시작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하고 싶다. 물론 비관보다는 낙관이 조금 더 앞선다.

어떤 협상이든 최후의 순간까지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다 된 밥에 재 뿌리기’라는 속담도 있다.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성공 가능성에 대해 줄기차게 50대50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방한했던 선주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이사회 등의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최종 결론을 짓고 결과를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영국 조디악과의 별도 협상을 추진중이며 전체 선주 22곳과의 컨퍼런스콜 진행 여부는 이날 오후 확정될 예정이다.

마크 워커 투자자문과 김충현 현대상선 CFO(최고재무책임자)가 18일 용선료 협상을 마치고 현대그룹빌딩을 빠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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