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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애이불비(哀而不悲), 속으론 슬프지만 겉으로 슬프지 않도록 연출하는 게 목표다. 애통하지만 슬프기보다 카타르시스가 있는 ‘아리랑’을 만들겠다”.
내달 개막을 앞둔 뮤지컬 ‘아리랑’에서 각색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 연출(47)이 힘주어 말했다. 고 연출은 9일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아리랑’ 기자간담회에서 “누군가 ‘아리랑’을 무대에 올린다면 그 영광을 차지하고 싶었다. 이번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지다’라는 전라도 말이 있다. 보면 볼수록 뿌듯하고 좋다는 의미”라며 “어떻게 이런 자리에 설 수 있을까 생각하면 ‘오지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땅을 대표하는 뮤지컬로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리랑’은 ‘태백산맥’ ‘한강’과 함께 1550만부 가까이 팔린 조정래 작가의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1990년 12월 일간지에 연재를 시작해 5년간 집필한 작품이다. 400만명이 넘는 독자가 읽었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려는 시도도 여러 번 있었지만 원고지 2만장의 방대한 분량 때문에 매번 좌절됐다.
고 연출 역시 처음엔 혼란스러웠다. “원작은 한 챕터가 모두 뮤지컬 한 편이 될 만큼 멋진 미장센과 이야기, 인물이 팔딱팔딱 살아 숨쉬는 느낌이었다”며 “파면 팔수록 늪으로 빠지는 기분이어서 이야기를 무대화시키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잃을 것 같았다. 그걸 깨닫고선 조정래 선생이 어떤 마음이었겠구나, 읽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12권 짜리의 방대한 이야기를 2시간 40분에 담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는 그는 이를 위해 등장인물 중 감골댁(김성녀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작품이 전달하려 하는 ‘조선사람의 이야기’는 ‘송수익’(서범석·안재욱 분)을 통해 전달한다.
특히 강요된 슬픔은 경계하고자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그는 “슬픔은 강요한다고 해서 느껴지지 않는다. 슬픔은 기쁨과 마찬가지로 강요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툭툭 터지는 것”이라며 “서서히 가열하는 조작된 연출을 배제하고 액면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이 땅을 대표하는 뮤지컬로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잘하겠다”고 말했다.
‘아리랑’은 일제강점기부터 광복기까지 우리 민족의 저항과 투쟁, 해방의 역사를 그렸다. 뮤지컬은 12권짜리 방대한 원작소설과는 달리 1920년대 말까지로 기간을 한정해 감골댁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재편했다. 제작비 50억원, 본격적인 준비기간에만 3년이 걸렸다. 연출 고선웅, 작곡 김대성, 음악감독 박칼린, 무대 박동우 등 내로라하는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의식 있는 양반 송수익 역에는 안재욱과 서범석이 번갈아 나선다. 공연은 7월 16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