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CEO 신년인터뷰]유재한 "중견기업 지원 포커스"

좌동욱 기자I 2011.01.24 12:02:02

중견기업 올해부터 온랜딩 대출..산업銀 민영화 M&A "현실적"
하이닉스 매각 `주인찾기+지배구조 개선` 투트랙 진행
현대건설 매각 빠르면 3월 완료..경영권 중재안 의미없어
올해 15억불 외화조달..이슬람·일본·스위스로 재원다변화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 신년인터뷰 일문일답

[이데일리 이학선 좌동욱 기자]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사진)은 "솔직히 최근에는 신문을 봐도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매각이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되던 지난해말, 채권단을 사실상 대표했던 유 사장의 발언은 금융권, 재계, 언론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현대건설(000720) 매각 때문에 일반인들이 정책공사를 M&A만 주로 하는 기관으로 잘못알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농담을 건네는 유 사장의 모습에서는 지난해보다 한결 여유로워진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유 사장은 "올해에는 정책공사 본연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특히 중견기업으로 커 갈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에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정책공사의 중견기업 자금집행 목표는 9000억원으로 전체의 10%수준이지만 자금집행 증가율은 300%로 모든 분야중 가장 높다. 정책공사는 올해 자금집행 목표를 지난해 8조2000억원에서 9.76% 늘어난 9조원으로 책정했다.

다음은 유 사장과 일문일답 내용이다. [대담=김기성 금융부장, 정리=이학선 좌동욱 기자, 사진=한대욱 기자]

- 정책공사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
▲국가 경제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첫째 화두는 미래 먹거리인 신성장 동력이다. 그 중 녹색산업이 제일 우선이다. 다음은 중소·중견 기업이다. 일자리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지금까지는 중소기업만 지원하다보니 (업체들이) 중견기업으로 규모를 키우지 않으려는 문제가 있었다. 중견기업으로 클 수 있는 중소기업에 포커스를 맞추겠다. 나머지는 대규모 원자력발전, 고속철도, 해외 자원개발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 금융지원이다.

- 올해 중견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3000억원에서 올해 9000억원으로 3배 가량 확대했다. 지난해말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 올해부터는 중견기업에 대해 온랜딩 대출이 가능해졌다. 최소 정책공사 차원에서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에 차별이 없다. 오히려 중견기업의 경우 업체당 자금 지원한도가 더 크다.

- 올해 자금공급 목표는
▲올해 9조원을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초 6조원 계획해서 연말까지 8조2000억원을 공급했다. 올해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20%까지는 자율적으로 늘릴 수 있다.

- 산업은행 민영화가 중단된 상황이다. 금융위원장 바뀌고 나서 협의가 진행되고 있나.
▲(민영화는) 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시급한 문제가 부실 저축은행이라 지켜보고 있다.

- 정책금융공사 입장에서는 시드머니를 위해서라도 민영화가 절실할텐데
▲정책공사의 가장 큰 딜이 산은금융지주 민영화다. 현대건설 매각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1조원이 조금 넘지만 산은금융지주는 순자산가치만 16조~17조원이다. 최소 20조원은 받아야 할 매물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하게 갖춰지면 값은 더 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장이나 매각 자체보다는 시장에서 인정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다.

- 산업은행 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국내 상장도 좋지만 모든 사람들이 잘 알다시피 산은 민영화의 핵심키는 수신기반이다. 지난해 몇가지 방안을 시도했다가 잘 되지 않았다. 현재 산업은행은 꾸준히 점포를 키우려고 하는데, 언제 수신기반을 갖추냐, 하세월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M&A(인수·합병)에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본다.

- 결국 국내 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방안 밖에 없다는 의미인가
▲기본적으로 국내 수신기반 확보를 위한 점포가 필요하다. 해외 자금을 국내로 끌어올 수 있느냐는 복잡한 문제다. 점포 확대는 산업은행 체질이나 역사를 생각하면 의욕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급적 (국내 시중은행을) M&A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연내 IPO(기업공개)하겠다는 산은금융지주 계획은 무산됐다고 보면 되나
▲올해 IPO를 해서 제값을 받을 자신이 있다면 올해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올해 할 필요가 없다.

- `변양호 신드롬`으로 공무원들은 민감한 사안에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정권말 민영화 작업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
▲산은 민영화는 국회 민영화 점검 위원회에도 보고를 해야 한다. 이유없이 늦추지는 못 한다. 문제는 어느정도 열성을 갖고 밀어붙이느냐다. 지난해까지는 우리금융지주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렸다. 올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잘 모르겠다.

- 현대건설 매각은 언제쯤 마무리되나
▲통상 잔금납부까지 두달 정도 걸린다. 빠르면 3월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현대차그룹의 자본금동원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 현대그룹이 납부한 이행보증금은 어떻게 되나
▲채권단이 욕심부릴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채권단이 쉽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명분이 있어야 하고 법적으로도 가능해야 한다.

-현대그룹이 현 상황을 받아들이면 돌려줄 수 있다는 의미냐
▲그렇다. 그렇지만 법적으로 가능한 지를 따져봐야 한다. 명분이 만들어지고 법적으로 가능하면 돌려줄 수 있다.

-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8.3%)를 중재하겠다는 입장엔 변화가 있나
▲법적으로 (채권단에게) 권한이 없다. 더 이상 채권단이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과거엔 타협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 현대그룹이 유상증자를 하면서 (현대상선) 경영권 위협이 많이 희석됐다.

- 현대건설 매각건으로 앞으로 M&A 절차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정부도 공적 기관이 보유한 회사를 팔 때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생각하는 바는 있지만 지금 꺼내긴 어렵다. 현대건설 딜이 끝나면 말하겠다.

- 현대그룹이 법원의 가처분 기각에 대해 항고했다
▲시간은 (1심보다) 더 걸릴 수 있다고 하는데, 정형화된 절차나 방식은 없다고 한다. 우리측 법무법인은 2~3개월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반면 한달 정도 이내 결론이 난다는 분석도 있다.

- 고등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또 다시 매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텐데
▲아마 이의제기 등의 대응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까지 갈 수도 있고, 문제가 조금 복잡해진다. 하지만 채권단은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 고법 재판과정과 관계없이 매각을 진행할 계획인가.
▲아직 담당 재판부도 배정되지 않았다. (1심) 가처분 신청때와 같이 재판부와 채권단이 매각 일정 등에 대해 협의를 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 재판부와 협의하겠지만 반대의 경우 재판과 관계없이 매각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

- 하이닉스에 관심이 있는 기업은 여전히 없나
▲관심은 없었다가도 생기고, 있다가도 없어진다. 주관사가 인수 후보자들을 찾아볼 것이다. 사실 현대건설은 서로 가져가겠다고 해서 문제가 됐지만, 하이닉스는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없어 문제가 된다. 이런 상황을 보면 매각 조건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M&A와 같은 민간영역 상거래는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시장 기능을 침해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게 될 경우 나중에 족쇄가 될 수 있다.

- 하이닉스 매각은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여러가지 안을 검토중이다. 투 트랙으로 간다. 우선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좀 더 유연한 매각구조를 만들겠다. 주인을 찾아주는 방안이다. 또 딜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하이닉스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하느냐도 연구중이다. 사모투자펀드(PEF)를 구성해 하이닉스를 매입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1분기 내 최적의 소유·지배구조를 도출하겠다.

- 하이닉스 매각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재작년 매각을 추진할 당시 채권단은 인수금융을 지원하고 매각대상 지분도 15%까지 떨어뜨려 M&A 코스트(비용부담)를 낮췄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좋은 방법이 있는 지를 찾아보고 있다.

-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상장 후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일정은.
▲현재 상장 일정은 6월말로 계획하고 있다.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상장이 되면 시장가격이 형성되니 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다. 정책공사를 포함해 4개 주요주주들이 매각 방식과 일정을 협의할 계획이다.

- 올해 외화 채권 발행시기는.
▲지난해 7억5000만달러를 한번에 조달했다. 올해는 15억달러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와 협의를 해야할 사안이지만 상황을 봐서 (두번으로) 나눠 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달러 뿐 아니라 이슬람, 엔, 스위스프랑 등 자금조달원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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