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구도 한번 까디비야" vs "김부겸이 나와도 안된다카이"

조진영 기자I 2018.05.28 09:36:43

'여당 후보' vs '현직 시장'..대결 구도
"문재인 대통령 잘하지만 그래도 보수후보"
민주당 '김부겸 효과' 이번에도 통할까
관심 많은 80대·관심 부족한 20대 투표율 관건

[대구=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권영진이가 해놓은 게 머있노. 대구도 한번 까디비야 안켄나” “뭔소리고. 김부겸씨도 지금 나오면 안된다카이. 민주당이 또 되겠나”

6·13 지방선거 후보등록 마감일인 지난 25일. 대구 판세는 속단하기 어려웠다. 수십년간 보수정당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온 사람들도 한반도에 불어온 평화의 바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에 절반 가까운 표를 몰아준 ‘보수의 심장’ 대구지만 이번만큼은 ‘여당 후보’와 ‘현직 시장’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대구시민들의 고민은 여론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구CBS와 영남일보(리얼미터가 지난 20~21일 대구시민 807명을 대상으로 실시)가 24일 발표한 대구시장 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41.8%)와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후보(33.9%)와의 격차는 7.9%포인트였다. 지난 대선 당시 대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45.4%)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21.8%)를 두 배 이상 앞선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정당지지율에서는 더불어민주당(34.1%)이 오차범위 안에서 자유한국당(31.7%)을 앞섰다.

대구 서문시장(사진=조진영 기자)
◇ “구관이 명관” vs “이번엔 바꾸자”

보수 유권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당에 실망했다”고 했다. 다만 인물경쟁력에서는 권 후보가 임 후보 보다 앞선다고 평가했다. 서문시장에서 30년간 이불가게를 해 온 석모(71) 씨는 “솔직히 보수인 내가 봐도 문재인이 대통령 잘한다”며 “홍준표가 됐으면 그만큼 했겠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지후보를 묻는 질문에는 “여기(대구)는 권영진이가 추진력이 좋다. 마무리하겠다고 했으니 (재선) 시켜줘야지”라고 답했다. 장보러 나온 김모(55) 씨도 “한국당에 미련이 없다”면서도 “인물은 권 시장이 괜찮다. 당선가능성이 90%쯤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당에 대한 불만과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쏟아내는 유권자도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는 김모(58) 씨는 “축제한다고 외부 사람들을 불렀는데 정작 우리한테 떨어지는건 하나도 없다. 더 혼잡하기만 하다”며 “시장 옆 울퉁불퉁한 도로는 사람들이 넘어져 민원을 넣어도 고쳐주질 않는다. 권 시장이 도대체 돈을 어디다 쓰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대구에서 민주당 시장이 나와서 한번 까 디빗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구점을 하는 이모(55) 씨도 “한국당이 반성도 없이 어딜 또 기어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이 제대로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 ‘김부겸 효과’ 시작이냐 끝이냐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강조한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후보 현수막(위) ‘한 번 더’를 강조한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 현수막(사진=조진영 기자)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김부겸(수성구갑) 후보가 당선된 것처럼 이번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기자가 만난 대구시민들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않고 민주당 의원을 배출한 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임 후보의 선거캠프 외벽에 김 의원의 사진을 넣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김 의원의 지역구인 수성구에서 사상 첫 민주당 구청장 당선을 노리고 있다.

칠성동 홈플러스에서 만난 아이 엄마 이선미(38) 씨는 “김부겸 장관이 당선된 이후 친정과 시댁식구들 모두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임대윤 후보는 잘 모르지만 대구가 보수 이미지를 벗어나려면 민주당 시장이 나와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성구에 사는 주부 엄모(47) 씨도 “민주당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바닥에 있는 시장, 구청장, 시의원도 바뀌지 않겠냐”고 말했다. 동구에 사는 주부 유모(53) 씨는 “아줌마들 모인 곳에 가면 조금씩 (민주당 쪽으로) 말이 달라진다”며 “잘하면 바뀔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수성’을 자신했다. 권 후보가 4년간 재임하면서 인지도와 성과 측면에서 대구시민들의 점수를 충분히 땄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권 후보가 지난 지방선거 당시 56.0%를 얻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김부겸 의원(40.3%)을 15%포인트 이상 따돌렸기에 민주당이 기대하는 ‘김부겸 효과’는 없다는 입장이다.

택시기사 도명(66) 씨는 “김부겸씨도 결국 당선되고 나서 (장관으로) 서울 올라가지 않았냐”며 “대구를 생각하고 일하는 정치인이 아니다”고 혹평했다. 그는 “그나마 김부겸씨는 유명하지 임대윤씨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택시기사 정철현(48) 씨는 “올해초부터 등산모임에 아주머니들이 안보여서 물어봤더니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잘려서 벌이가 없어 못나온다고 한다”며 “문재인 정부 때문에 피부로 와닿는 경기가 이렇게 안 좋다. 지금은 김부겸이 나와도 안 찍어준다”고 말했다.

동대구역 앞 택시승강장(사진=조진영 기자)
◇ 80대 “한국당만 돼” vs 20대 “한국당만은 안돼”

전직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모(82)씨는 “요즘 문재인이 하는 걸 보면 검찰이고 언론이고 다 장악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하고 만나는 것도 고려연방제를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권영진이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공산화를 막으려면 뽑아야지 별 수 있냐”고 했다. 옆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던 윤모(80) 씨도 “스마트폰을 켜면 SNS로 중요한 뉴스가 다 들어온다”며 “젊은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노인들이 엄청 똑똑해졌다. 민주당은 안 된다. 큰일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젊은 층은 ‘한국당만은 안된다’는 분위기다. 경북대 북문에서 만난 대학생 안진현(24) 씨는 “친구들을 보면 민주당하고 바른미래당 지지자가 반반정도이고 한국당을 찍겠다는 사람은 거의 안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바른미래당은 기존 보수정당인 한국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지지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대학원생 최모(29) 씨는 “한국당을 찍기는 싫지만 민주당에 선뜻 손이 가지도 않는다”며 “후보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유승민이 있는 (바른미래)당을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방선거에 대한 20대의 관심은 아직 다른 연령대보다 저조해보였다. 이날 기자가 만난 대구지역 20대 유권자 12명 중 9명은 “아직 후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누구를 찍을지 고민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북대학교(사진=조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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