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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저격수' 김상조, "이재용 부회장 열린 공간으로 나와야"

박철근 기자I 2013.07.17 11:56:39

수요 사장단회의서 ‘경제민주화와 삼성' 주제 강의
재벌개혁 이룰 수 있는 효율적 정책수단 마련 강조

[이데일리 박철근 황수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열린 공간으로 나와서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

‘재벌 저격수’로 널리 알려진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이 17일 삼성그룹을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 이날 오전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에서다. 그는‘경제민주화와 삼성- 사회 속의 삼성’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김 소장은 “나도 삼성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사랑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며 운을 뗐다.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답게 김 소장은 “삼성이 놀라운 경영성과에도 한국사회에서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며 “이는 삼성의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연결되면서 한국사회 밖의 예외적 존재라고 스스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이 변했고 삼성도 한국사회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의 차기 리더십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으려면 열린 공간으로 나와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사회와의 소통을 당부했다.

재벌저격수로 잘 알려진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이 17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경제민주화와 삼성- 사회 속의 삼성’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김 소장이 강연을 마친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황수연 기자
김 소장은 “삼성의 변화는 많이 늦었다”며 “사업에 관한 의사결정은 스마트하면서 지배구조와 관련된 정보의 흐름은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설가 조정래 씨의 ‘허수아비 춤’을 인용하면서 “왜곡된 정보 때문에 재벌 총수가 허수아비 춤을 추는 것”이라며 “주변 사람들이 걸러 낸 정보만 듣고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세상의 한 면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는 시대정신으로 떠올라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거대담론만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고 합리적인 제도와 효과적인 집행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 과제의 첫 걸음이지만 민주화의 본령은 양극화 해소”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익 편취나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한 제재가 핵심인 것 같다”며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자체로는 많은 한계를 나타내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재벌개혁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그는 “금산분리나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부활한다고 재벌개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정책목표 수립뿐만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강연을 수락한 배경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두 달 전에 강연 초청을 받았다”며 “주변의 반대가 많았지만 기업을 상대로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업의 얘기도 들을 필요가 있어 강연요청을 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그룹이 나를 초청한 것은 삼성도 변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런 변화가 다른 기업에도 전파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삼성그룹이 재벌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김 소장을 강사로 초청한 것과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강연을 들은 것이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재계 일각에서는 그만큼 삼성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나 재벌 비판에 대해서도 경청할 자세가 돼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했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우리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도 경청하기 위한 취지로 이번 강의가 진행됐다”며 “김 소장도 삼성도 다른 생각을 하는 상대방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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