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슨은 1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 2013’에서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과 대담을 통해 “창의적인 도시 중에 정부 주도로 탄생한 도시는 많지 않다”면서 “공무원들을 작은 도시로 재배치한다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현하는 예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존슨은 “소도시지만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공무원을 소도시로 재배치하는 것이 긍정적 효과를 발현하는 예는 아직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존슨과 김 연구원장의 대담내용이다.
-김 연구원장(이하 김): 연설 제목 중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는 내가 느끼기에 존 호킨스 등과 아이디어를 같이 한다고 본다. 개개인의 아이디어가 유동적이고 효과적으로 부딪혀서 효과적인 과정으로 창출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문명같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람들이 창조경제를 이야기할 때는 스티브 존슨이 얘기하거나 존 호킨스, 리차드 플로리다가 얘기한 것과 차이가 있다.
한국인들은 개개인의 아이디어가 공유되고 협력 이뤄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데 방점을 두지 않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의 창조경제라는 것은 경제분야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한다고 본다. 창조경제라는 용어에서 고용 등 경제 가시적인 성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큰 방향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창조경제의 본래적 의미 강화하는 쪽이고, 아니면 한국정부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한국만의 창조경제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조언은.
▲스티븐 존슨(이하 존슨): 어떤 일이 벌어지는데에는 역사적인 단계가 있다고 본다. 한국과 같은 사회는 역사적 단계를 거쳐나갈 텐데 수십년간 한국은 압축적으로 성장을 구가했다. 그러면서 산업력 제조력 기술력 구축하며 집중이 꼭 필요했다. 마치 미국의 산업화 초기와 같다. 이런 근간이 구축되면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여유는 꼭 해야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좀 더디지만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여유가 생긴다. 예를 들어 구글은 근무시간 20%를 자체 프로젝트와 취미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것이 회사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매달 혹은 분기별로 목표 달성해야 한다고 말을 하지 않는다. 20% 안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한국 역시 지난 산업화 모습에서 조금 더 탈피, 시각을 넓혀서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창의적인 기업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김: 나는 대표적인 한국사람인데 존슨씨와 이야기 하는 태도가 다르다. 나는 똑바로 앉아있고 존슨씨는 편안하게 기대고 있고. 미국은 천연자원이 풍부하다는 배경이 있다. 반면 한국은 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다. 아이디어를 집중해서 노력, 창조경제나 선진경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경제성장 이후 미국이나 비슷한 경제구조 지향할 수도 있지만 전략적으로 본다면 주어진 배경이나 가야할 방향 비전이 다르면 그에 따른 접근 방법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유있는 나라에서 여유있는 환경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좀더 우리는 속도감있게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존슨 : 좋은말인것 같다. 천연자원이 적은 나라에서 아이디어만 가지고 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가 생각하는건 창의성, 혁신이라는 패턴이 얼마나 보편적이냐 하는 것이다. 내 연구 따르면(한국을 구체적으로 한 연구는 아니지만) 창의성은 뒤로 편안하게 눕는 것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노력해서 문제 해결하려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데 최종적인 해결책은 결국 이 사람이 산보할 때, 대화할 때, 꿈을 꿀때 등에서 아이디어가 생겼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많이 나왔다.
내가 생각하기에 문화적인 것, 일상적인 집중에서 벗어났을 때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여기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수학, 과학 점수가 높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니라 문화의 창의적 부분을 보고 예술이나 창의적 부분도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김: 대한민국에는 서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지역도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정부가 정부나 또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존슨씨 주장대로라면 대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내야할텐데 인구가 거의 없거나 사회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으로 정부 기관 이전하고 있다. 여기서 혁신적인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의문이다. 존슨씨의 연설 내용과 충돌된다. 지방으로의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존슨: 흥미로운 프로젝트다.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나한테도 꼭 알려달라. 일단 이야기만 들었을 땐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작은 도시면서도 많은 창의력과 혁신이나 벤처기업을 키운 소도시가 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이 그런 도시다. 하지만 오스틴은 소도시라고 하더라도 음악이 많이 발전한 도시다. 사무실도 뮤직쇼 보기 위해서 근처에 만든다고 한다. 음악쇼를 보고 피드백 교환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소도시지만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계기가 있는 것이다. 창의적인 도시 중에 정부 주도로 탄생한 도시는 많지 않다. 공무원들을 작은 도시로 재배치한다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현하는 예는 아직 보지 못했다.
다만 미국은 기술혁신이 샌프란시스코나 군시설 있는 곳에서 나타나는 경우는 있었다. 군시설에 대한 투자와 휴렛팩커드(HP)가 함께 투자하면서 산업 번창시킨 예다. 군이라는 정부의 힘이 발현돼서 대도시로 큰 경우다. 샌프란시스코는 군시설 뿐만 아니라 대학도 있었다. 한국도 창의적 도시 구축을 위해서는 예술적인 면 국가의 정부 예산 할당이 함께 어우려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서울에서 2시간 떨어진 대전에 과학기술 연구자를 많이 모아둔 곳이 있다. 문화적 다양성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 연구자 모아놨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존슨: 나는 과학 기술에 대해서 옹호론자다. 책을 8개를 저술했는데 대부분이 과학기술에 포커스를 맞춘 책이다. 제 방식으로 과학과 기술을 좀 더 흥미롭게 보여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흥미롭게 만드려 하고 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도 과학과 기술자들이 건축 예술학자들과 얘기하는 곳이다. 여기서는 정말 흥미로운 것들이 일어난다. 인간 진화가 과학 기술로부터 얻은게 많다. 한국에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사회를 구축한다는 것은 좋은 이야기다. 미래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 캘리포니아식의 관점을 생각해줄 것을 당부한다.
-김: 허름한 공장에서 오히려 혁신이 많이 나온다. 공간을 유연하게 연구자 목적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 말하는데 공간보다 엔지니어와 건축 예술자 들이 함께 일했기 때문에 오히려 혁신적인 것이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공간보다 대학이 제공하는, 같이 모여서 일할 수 있는 제도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존슨: 맞다. MIT를 놓고 본다면 그 부분도 맞다. 50여개의 다른 건물도 있었는데 유독 한 건물에서 혁신성이나 생산성이 더 높았다. 그래서 공간에 주목한 것이다. 창의력 구축 위해서 이런 건물을 만들 필요는 없다. 마이크로소트(MS)는 건물은 매우 아름다지만 동시에 매우 유연해하다. 문을 닫으면 단독으로 일 할 수 있으면서 문을 열면 다른 사람과 소통 할 수 있다. 6개월을 일하면서 10명씩 20명씩 같은 공간에서 일 할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모든 벽면이 화이트보드다. 원하면 바로 적을 수 있다. 걷다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벽에 그리거나 쓸 수 있다.
픽사도 유명하다. 본사를 만들때 화장실 갈 때 불편한 곳에 위치하도록 디자인해놨다. 화장실을 가려면 돌아서 가야한다. 화장실을 오고 가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기서 창의적인 생각을 얻어내기 위해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많은 회사가 소통을 위한 건물을 만들고 있다.
-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초중등 시스템 칭찬 많이하고 미국이 한국 따라가야 한다고 얘기 많이 했다. 말하긴 쉽지 않겠지만 한국과 미국의 시스템 비교할 수 있을지. 미국의 초중등 시스템이 창조경제나 혁신적인 아이디어 관련해서 어떤 장점이 있고 한국의 초중등 시스템에 대해서 추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동안 주로 대학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 문화나 창조적 아이디어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는 초중등에서 자리를 많이 잡는다고 보는데.
▲존슨: 미국의 대학과 대학원은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 대학, 대학원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새로 생겨나는 온라인 대학이나 온라인 대학원들로 인해 점점 없어지는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흥미로울 것 같다.
그런데 초중등생 위해서는 오늘날 아이들은 과거보다 훨씬 좋은 교육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만큼 잘 하진 못한다. 발전하고 있지만 한국 만큼 빨리 발전은 못하고 있다.
근데 최근 4~5년간 미국 학교가 바뀐 것은 실험정신이 강해졌다. 초등 공립학교 차원에서 새로운 모델을 실험 중이다. 오랫동안 강경했던 노조가 조금은 양보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야심차게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미국 뉴욕에 새로운 실험적인 학교가 있다. 게임만 가지고 교육하는 커리큘럼이다. 학교에 앉아서 수업 듣고 공부하고 시험치고 이런 산업혁명때 방식을 없애자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습할 때 암기보다 실험, 탐험할때 훨씬 잘 한다. 따라서 학교 자체를 이런식으로 만들었다. 게임을 가지고 물리학 수학을 가르친다. 초기단계지만 실험중이다. 현재 미국 교육은 좀 뒤떨어지고 있지만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의 씨앗들이 심어지고 있다.
-김: 다시한번 대학교육으로 돌아가서 세계전인 컨설팅펌인 맥킨지가 한국 관련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한국의 대학이나 고등학교 교육이 지나치게 아카데믹하다, 취업이나 창업과 관련된 비즈니스와 관련된 것을 가져다주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 제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존슨: 통합이라는 개념으로 봐야한다. 경제적인 부분을 학교에선 안배우는게 많다. 수학은 앞서나가고 있지만 결국 실제로 활용할 수 없는 미적분까지 배운다. 그런데 경제에선 투자나 내 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활동을 한다. 이건 커리큘럼의 일부는 아니다. 이게 좀 이상하다. 그렇다고 고등학교를 비즈니스 스쿨로 만들자는건 아니지만 도입된다면 생산적일 것이라고 본다.
-김:한국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마음이 급하고 속도감을 중시 한다. 창조경제에 있어서도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자 하는 기대치가 강하다. 그런 한국 국민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존슨 : 제 책 캡터 중에 ‘느린 예감’이라는 것이 있다. 훌륭한 아이디어 만들때 까지 10년은 걸린다. 느린 예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기 보다는 항상 머리 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적고 되돌아보고 10년 전 아이디어를 다시 한 번 고심한다. 내가 2003년에 적은 아이디어들 보면 너무 앞서가고 시대에 동떨어져서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활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이런 느린 예감이 성숙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 우리나라 사람같이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집중하기보다 소수의 사람이 좀 더 멀리보고 다양한 생각 하는 것이 오히려 전체적으로 팀워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발표와 질문에 응대해 준 존슨씨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