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와 GS수퍼마켓에 버섯을 납품하는 최종익(42) 문산버섯 사장은 버섯재배와 판매에만 주력했던 자신이 원망스럽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월 2회 문을 닫으면서 월매출이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떨어지는 등 갑작스러운 시련을 맞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마트가 문닫으면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구매할테니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봤어요. 현실은 반대였습니다. 우선 마트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15% 줄어요. 그렇다면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늘어야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또 마트는 품질만 좋으면 제값을 쳐줬지만 가락시장 가격은 들쭉날쭉합니다. 마트 규제 이후 그야말로 하늘만 바라보는 처지가 된거죠.”
최 사장은 답답한 마음에 서울에서 열린 항의집회에도 참석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변한 것은 없었다. 오히려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전보다 더 줄이고,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에 월 2회 문을 닫도록 하는 등 규제의 강도는 더 세졌다. 최 사장은 “다 같이 잘 사는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다 같이 못사는 경제민주화를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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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와 GS수퍼마켓에 건오징어와 생물오징어 등을 공급하는 황보창수(57) 성호물산 대표는 “올해는 매년 주던 설 상여금도 끊었고 공장직원 2명도 내보냈다”며 “살 사람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천에 있는 오징어 소분공장도 내놓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작년 12월엔 외부에서 시켜먹는 점심값이라도 아끼자는 생각에 주4일 근무만 했다”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결국 사업을 접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현재 이마트(139480)와 홈플러스, 롯데마트에 납품하는 협력사는 7650개로 이 가운데 상시근로자 300명 미만이거나 자본금 80억원 이하의 중소협력사는 7100개에 이른다. 지난 10년간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던 대형마트가 이젠 실업자 양산소가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대형마트에 고등어를 납품하는 세동상사의 박태근(41) 부사장은 “의무휴업에 경기악화까지 겹치면서 올해는 매출이 30% 가량 줄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휴업을 하더라도 어떤 곳은 일요일(의무휴무)에 쉬고 어떤 곳은 수요일(자율휴무)에 쉬면 사실상 우리 같은 협력업체들은 한달에 나흘 정도 직원을 놀릴 수밖에 없다”며 “일하던 분들도 전보다 적은 돈을 받으니 아예 일을 관두고 다른 일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세동상사는 17명이었던 직원이 의무휴업 실시 이후 14명으로 줄었다.
꽃집, 안경점, 미용실, 식당, 약국 등 대형마트에 입점해 장사를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매출감소 등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홈플러스 전주점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는 이환(41) 사장은 “월 매출이 3000만원 정도였는데 일요일 의무휴업 이후 2400만원으로 줄었다”며 “인건비와 임대료, 관리비, 재료비, 세금 등을 제하면 손에 남는게 별로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는 “어차피 월 2회 쉬어야한다면 타격이 큰 주말보다는 평일에 쉬는 게 낫다”며 “마트에 입점해 영업하고 있는 우리같은 자영업자들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3일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협력사들은 매달 공휴일 중 이틀을 의무적으로 쉬도록 규정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헌법소원을 냈다. 대형마트 규제로 매출이 급감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형마트 안에서 매장을 빌려 영업하는 입점업체들도 이달 내 별도의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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