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경기도 택시기사 김기덕(가명·47)씨는 휴대폰 2대를 개통하면 3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는 사기꾼의 말만 믿고 신분증을 팩스로 보냈다. 그러나 휴대폰은 구경도 못하고 당초 약속했던 대출금도 받지 못했다. 김씨는 몇 달 후 이동통신회사로부터 연체대금 청구서를 받게 됐고 결국 채권추심업체의 시달림을 겪어야 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김종규(가명·36)씨는 은행 직원을 사칭하는 상담원으로부터 8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며 주민등록증사본, 체크카드, 통장 등을 요구받았다. 김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서류를 팩스로 보냈다. 이후 상담원은 각종 취급수수료, 전산처리비용 등의 명목으로 30만~80만원을 계속해서 요구했다. 김씨는 6회에 걸쳐 총 300만원 가량를 송금했지만 아직까지 대출금은 구경도 못했다.
김씨와 같은 대출사기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금융감독원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2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4월18일부터 6월25일까지 금감원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3만1889건 중 대출사기 신고가 6682건(21%)으로 최다건수를 기록했다.
보이스피싱이 3892건(12.2%)으로 뒤를 이었으며 고금리(12%), 중개수수료(5.3%), 채권추심(4.7%), 대부광고(1.5%), 미등록대부(1.1%), 유사수신(.02%) 등의 순이었다.
대출사기는 주로 은행 등 공신력 있는 제도권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하는 수법으로 이뤄졌다. 대출에 필요한 주민등록증 사본, 체크카드 등을 이용해 피해자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잠적하는 방법이다.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받게 해준다며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한 작업비용, 공탁금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은행 대출 전환을 미끼로 고금리의 대부업대출을 받게 한 후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례도 빈번했다.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여 신분증을 요구, 개통된 전화와 대출금을 가로채는 수법도 다반사였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런 대출사기 유형별로 대응방법을 소개했다. 우선 사전 동의 없는 대출광고 문자메시지는 불법임을 인지해야 한다.
자칫 주민등록증이나 체크카드, 통장 등 대출관련 서류를 보냈을 경우에는 해당 은행 영업점이나 금감원 민원센터의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신고해야 한다.
특히 본인명의 통장이나 현금카드를 타인하게 양도해서는 안 된다. 이 경우 대포통장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아울러 저금리 전환대출은 일정 자격요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사기범의 말만 듣고 고금리 대부업대출을 받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대출 전 돈을 요구하는 경우는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 만약 돈을 입금했을 땐 신속히 수사기관에 신고하고, 은행에 계좌 지금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김병기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팀장은 “휴대폰 개통을 조건으로 내건 대출은 사기일 확률이 100%”라며 “만약 휴대폰을 개통했다면 추가 요금부담을 막기 위해 즉시 해지하고 명의도용방지를 막기 위해 엠세이퍼(www.msafer.or.kr)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